▲ 보물 지정이 예고된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지금까지 알려진 스님의 작품 중 조성 시기가 가장 이른 작품이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전반까지 활동한 수조각승(首彫刻僧) 색난(色難, ?~?) 스님이 조성한 작품 4건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는 8월 31일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과 ‘고흥 능가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및 십육나한상 일괄’, ‘김해 은하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일괄’, ‘구례 화엄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색난 스님은 ‘교장(巧匠)’ 또는 ‘조묘공(彫妙工)’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이 뛰어난 조각승이었다. 여느 조각승처럼 생몰연대와 행적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흥 능가사에 주석하며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40년 넘게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님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조각승 중에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른 조각승의 작품이 보통 10건 내외인 반면, 스님의 작품은 지금까지 20여 건이 알려졌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작품 4건은 모두 색난 스님의 대표작이다.

숙종 6년(1680)에 조성한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지금까지 알려진 스님의 작품 중 조성 시기가 가장 이른 작품이다. 수조각승으로서 스님의 위상으로 고려할 때 상징성이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평가다. 숙종 11년(1685)에 조성한 ‘고흥 능가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및 십육나한상 일괄’은 스님이 오래도록 주석한 사찰에서 대작불사를 진행하고 남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숙종 18년(1687)에 조성된 ‘김해 은하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일괄’은 주로 호남지역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스님의 활동 영역을 파악하는데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숙종 29년(1703) 색난 스님이 제자 충옥(沖玉), 일기(一幾) 등 24명의 조각승과 함께 조성한 ‘구례 화엄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은 왕실 발원 불상이라는 점에서 조각승으로서 스님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네 작품은 미술사적으로도 귀중한 자료다.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실재감 있는 얼굴 표현과 넓고 낮은 무릎, 귀엽고 큰 얼굴에 크게 강조된 코의 표현 등 안정되고 아담한 조형미를 추구한 색난 스님의 초기 불상 조성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석가여래, 미륵·제화갈라보살의 삼존상과 문수‧보현보살, 아난·가섭존자가 포함된 6대 보살의 이채로운 도상으로 구성된 ‘고흥 능가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및 십육나한상 일괄’은 색난 스님에 의해 호남지역에서 크게 유행했다는 점에서 도상학적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이 작품은 또 나한상에서 응원(應元)·인균(印均) 스님의 조각 전통을, 바위 형태의 대좌에 각종 동물 소재를 적극 활용한 점에서 무염(無染) 스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어 색난 스님의 사승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다.

색난 스님의 전성기 때 작품인 ‘김해 은하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일괄’은 시왕상의 관모(冠帽, 모자)와 발거치대에 용, 봉황, 코끼리, 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을 수용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상을 창출한 점과 조각이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점에서 조각사적으로 높이 평가된다.

석가·다보·아미타여래 삼존상과 석가여래의 협시인 문수·보현보살, 다보여래의 협시인 지적보살, 아미타여래의 협시인 관음보살이 짝을 이룬 ‘구례 화엄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은 현종 6년(1665) 간행된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에 의거한 ‘법화거불(法華擧佛)’ 도상으로는 처음으로 조성된 불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물 지정 예고된 색난 스님의 불상 작품 4건은 문화재청이 조선시대 조각승 작품을 체계적으로 재평가하고 중요 작품을 선제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동일 작가 불교조각에 대한 국보‧보물 지정 기준’에 따라 선정된 작품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동일 작가의 작품을 국가기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발원문, 사적기, 묵서명 등 불상 조성과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가 남아있는 작품(공통 기준) 중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작품 △재료나 제작기법, 의장 등에서 특출한 작품 △조성 목적상 역사적 사건이나 중요 인물과 관련된 작품 △동일 작가ㆍ동일 유형 작품 중 주요 존상의 결손·결함·변형이 적고 작품성이 우수한 작품 △제작 당시부터 원래 예배 대상으로 봉안된 작품 등 세부 조건으로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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