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을묘정리의궤’ 중 ‘낙남헌양로연도’, 65×43cm, 본경 2018. 사진 제공 왕조실록의궤박물관.

조선왕조 의궤의 가치를 살펴보는 특별전이 사찰 박물관에서 열린다.

평창 월정사 왕조실록의궤박물관(관장 해운)은 초대전 ‘반차도로 만나는 국가의례 - 붓 끝으로 펼쳐낸 조선왕실의 기록화’를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20여 년간 조선왕조 의궤의 반차도(班次圖) 를 모사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황치석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반차도는 조선시대 국가 의례에 참여하는 문무백관 및 각종 기물 등의 정해진 위치와 행사 장면을 묘사한 기록화를 말한다. 조선시대 도화서 화원의 궁중 화법을 전수받은 파인(巴人) 송규태 화백에게 지도 받은 황 작가는 과학적 분석과 전통기법으로 만든 재료를 사용해 조선시대 기록화를 모사해 왔다.

이번 전시회 출품 대표작으로는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화성성역도’, ‘문효세자 책례도감의궤(文孝世子冊禮都監儀軌) 반차도’, ‘철종가례도감의궤(哲宗嘉禮都監儀軌) 반차도’ 등이 있다.

‘화성성역도’는 정조 19년(1795)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화성에서 열린 헌경왕후(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일부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본을 모사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본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줄 작품”이라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는 프랑스가 반환한 외규장각 의궤 중 일부다. 정조가 즉위 8년(1784) 7월에 맏아들 순(㬀, 1782~1786)을 왕세자로 책봉한 책례를 기록한 의궤이다.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 반차도’에는 왕세자 책봉을 의미하는 교명, 죽책, 옥인을 절차에 따라 대궐로 들여오는 행렬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목판으로 인쇄 제작한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붓으로 그린 어람용 의궤를 모본으로 하여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철종가례도감의궤’는 일본이 반환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에 포함된 의궤다. 철종 1년(1850)에 치러진 철종과 비 철인왕후의 혼례 절차가 기록돼 있다. 반차도에는 왕과 왕비의 결혼행렬이 묘사돼 있는데, 길이가 24m에 이른다. 행렬도는 현재 전하는 가례 행렬도 중 가장 길다.

전시회에서는 이밖에 오랜 기간 의궤 반차도 재현 작업에 매진한 작가의 염원을 담은 창작 작품 ‘천 년의 기록유산’도 함께 선보인다. 이 작품은 규장각 현판 아래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기록유산을 모아 그린 작품이다. 기록유산과 문화유산, 현대 기술이 집약된 기록매체를 함께 그려 소중한 유산이 영구히 보존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왕조실록의궤박물관 관계자는 “올해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의궤와 강화도 외규장각 의궤가 일본과 프랑스에서 각각 환수된 지 10년 째 되는 해”라며, “이번 전시회는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의 각별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과 의궤의 환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조선왕조 의궤를 통해 조상의 정신과 궁중기록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천년의 기록유산’, 141×73cm, 닥지 석채, 본경 2019. 사진 제공 왕조실록의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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