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가모니 부처님 고행상.

성도재일(음 12월 8일)이 지났다. 성도재일을 맞는 절집의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절을 찾아가 등을 올리고 정진을 한다. 사찰에 따라 일주일 청야정진을 하거나, 성도재일 주간을 정해 특별한 기도를 한다. 전국 사찰이 다 똑같다.

매년 연초면 부처님되신날(성도재일)을 시작으로 음 2월 8일(올 3월 23일)은 출가하신날(출가재일)이고, 음 2월 15일(올 3월 30일)은 열반드신날(열반재일)이다. 음 4월 8일(올 5월 21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교 4대 명절인 성도재일, 출가재일, 열반재일,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날이 모두 상반기에 몰려 있다.
하지만 불교 4대 명절을 지내는 모습은 똑같다. 기도하고 정진한다. 등 공양을 올리고, 길흉화복의 기복 행위가 주를 이룬다.

‘불교가 어떤 종교냐’, ‘부처님은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는 말문이 막힌다. 동문서답하거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떼지 못하는 게 우리네 불자들의 수준이다. 어머니가 불교니까, 할머니가 절에 다니니까, 나도 불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난 기독교는 아니야, 무교야. 하지만 어머니는 절에 다니니까 불교야’ 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불자들은 그저 불자라는 말로 세월을 보냈다. 전국 선방에 가부좌 틀고 앉아 화두 참선하는 불자들이 가득하다지만, 정말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조차 모르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스님들의 법문만 듣고 화두를 타파하려 드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불자가 ‘불교가 어떤 종교냐’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은 한마디로 수치스런 일이다. 대부분의 불자들은 수치조차 느끼지 않는다. 그저 우리 가족 잘되라고 다닌다는 정도라면 ‘영험’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기독교인들은 다르다. 《성서》를 끼고 산다. 《성서》는 여호와의 말과 예수의 생애, 사상이 그대로 들어있다. 그들은 《성서》을 언제나 읽고 지니고 산다. 어릴 적 소년소녀 명작동화 전집을 통해 ‘성서’를 읽었다. 덕분에 기독교의 역사와 예수의 생애는 대충 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게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예수 생애’가 포함된 명작 동화를 본다. 하지만 어디든 부처님 생애나 불교 역사가 담긴 동화책 한 권 없다.

우리나라 불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연간 독서량 0.5권. 아예 책을 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기독교는 연간 12권 정도란다. 맞붙어 보고 싶어도 힘들다. 불자들은 아는 게 없다. 맹목적으로 절하고 염불하고, 방석 위에 앉아 참선만 한다. 참선하면 상근기인가? 부처님의 생애조차 모르는 이들이 방석위에서 참선한다고 불교를 알고 깨달음을 얻을까? 기본이 안 된 신행행태는 결국 맹목적 불자들만 양산한다. 그러니 1년 내내 49재를 한다 해도 그저 좋다고 참여한다. 스님들 탓으로 돌리기엔 불자들의 신행풍토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불교를 제대로 모르는 탓이다.

불교는 경전이 너무 많아 항상 지니고 읽기 힘들다고도 한다. 부처님 생애가 담긴 제대로 된 책 한 권 없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부처님의 삶을 모르고서야 어찌 불교의 교리와 사상, 가르침 등 기초 상식을 알 수 있겠는가? 잘 쓰인 ‘부처님 일대기’ 한 권이면 불교 기초 상식은 제대로 정복할 수 있다.

▲ 조계종본 부처님의 생애 표지.
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가 편찬한 《부처님의 생애》(조계종 출판사)는 종단 역사상 첫 ‘종단본’ 부처님 일대기이다. 얼마나 기다려 온 일인가? 그동안 부처님 생애에 대해서는 몇 권 안 되는 책이 전부였다. 와다나베 쇼코가 쓰고 법정 스님이 풀어 쓴 《불타 석가모니》, 고산 스님과 이종익, 심재열 교수가 공동으로 저술한 보련각의 《도해 팔상록》, 월폴라 라훌라의 《붓다의 생애와 사상》, 무샤고지 사네아츠의 《붓다》, 유홍종이 지은 다큐멘터리 소설 《붓다》, 성열 스님의 《고따마 붓다》 등이 불자들이 찾는 정도였다. 《불소행찬》과 《불본행집경》 등은 한문본이어서 초심자들이 읽기 어려웠다. 부처님의 생애 전반을 제대로, 쉽게 읽혀지도록 정리한 책은 없었다. 대부분이 개인 저작물로 보편적인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했다.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는 조계종 종도라면 누구나 한 권쯤 사서 읽어야 한다. 아니 불자라면 누구나 사봐야 한다. 부처님 일생도 모르는 수치스러운 불자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부처님의 생애를 조명하기 위해 ‘불타론’ 전공학자 일 곱 명을 편찬위원으로 위촉해 만든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는 소설가 정찬주 선생의 윤문으로 누구나 읽기 쉽도록 편찬했다. 어린이 명작동화를 읽는 정도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전문적인 내용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풀었다.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은 부처님의 탄생과 성장, 유행과 입적에 이르는 과정을 전기적으로 서술했다. 편찬위원회는 부처님 일대기 중 시간배열에도 신경을 써 부처님의 생애 전반을 관통할 수 있도록 했다. ‘불타론’ 전공자들의 공동작업인 만큼 개인적 사견은 배제하고 학계의 보편적 통설을 풀었다. 또한 내용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불전 문헌을 참조했고, 싼스끄리뜨 및 빨리어 발음표기를 한국불교학회가 제정한 표기법에 따랐다. 부록에는 ‘인명 지명 대조표’가 있어 본문의 등장인물과 지명을 편리하게 찾아보도록 도왔다.

부처님의 일생 연표도 눈에 띤다. 가족관계를 파악하도록 ‘부처님의 가계도’도 실렸다. 연대기적으로 정리한 연표는 부처님의 생애를 한 눈에 들어오도록 도와준다. ‘불기산정 기준’ ‘인도불교사 연표’ 등 부록의 풍부함이 돋보인다. 더욱이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는 비쥬얼하다. 부처님 생애를 생생히 표현한 불전도를 수록했고, 상세 설명도 첨부했다. 불교미술사학을 전공한 유근자 교수가 사진자료와 해설을 담당했다.

▲ 초전법륜.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 편찬에 참여한 불타론 전문가는 원시불교 전공자인 정인 스님(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 조계종 역경위원을 지낸 해주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김용표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초기불교 전공인 박경준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불타론’ 전공인 조준호 교수(고려대 철학과 연구교수), 불교미술사학을 전공하고 간다라 불전 연구에 힘써온 유근자 강사(동국대 예술대학 출강) 등이다. 특히 동국대 역경원 역경위원이자 《청소년 불교입문》을 집필한 성재헌 선생이 편찬위원으로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의 초고 집필을 담당했으며, 소설사 정찬주 씨가 윤문에 참여했다.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는 인도 성지순례를 떠나는 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기자가 인도 성지순례를 할 때 들고 갔던 책은 정각 스님의 《인도와 네팔의 불교성지》였다. 성지순례를 위한 기본 여행정보를 제공받았지만, 성지와 관련된 부처님의 생애이야기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답답했던 경험이 있다. 인도배낭여행을 하거나 성지순례를 간다면 꼭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를 가져가길 권한다. 성지에서 읽는 부처님의 생애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이다.

성도재일부터 부처님오신날까지 그 기간 동안이라도 부처님 생애를 바르게 제대로 배우고 집중 탐구했으면 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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