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라면 누구나 독송해야 하는 《반야심경》은 팔만이나 되는 대장경의 핵심입니다. 이 경은 불자들이 몇 명만 모여도 독송하고 절에서 아침저녁 예불 때나 법회 시 반드시 독송하는만치 중요한 경입니다. 법회 때도 삼귀의례에 이어 반드시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다음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입으로 줄줄 외우는 사람은 많아도 그 깊은 뜻을 새기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독송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야심경》의 뜻이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오늘 소납은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반야심경》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핵심사상을 쉽게 풀어서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이 《반야심경》은 260자밖에 안 되는 간단한 경입니다. 간단하지만 전체 경전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반야심경》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사항을 쉽게 설명하여 《반야심경》을 비롯한 주요 경전을 풀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 《반야심경》 중에서도 핵심이 되고 중심이 되는 다음 사항만 확실히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다른 중요 경전을 독경하고 풀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핵심 부분이 무엇인가 하면 “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照見五蘊皆空度一切苦厄)”입니다. 이 열한 자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반야심경》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에 강조하는 것입니다. 즉 “깊게 관찰해 보니 오온〔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 모두 공(空)하여 있음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괴로움과 액난을 뛰어넘어 없앴느니라.” 입니다. 그러면 하나하나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첫째, ‘조견’과 ‘오온개공’인바 색, 수, 상, 행, 식입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소리를 듣는 모든 삼라만상과 느끼고 감지하여 받아들이는 정신작용이 오온입니다. 다시 구체적으로 해설하겠습니다. 그러면 이것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오온(색, 수, 상, 행, 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겠습니다.

오온의 첫째인 ‘색(色’)은 대개 물질로 해석합니다. 범어로는 색이 모양을 만든다는 뜻을 지니며 물질은 모두 파괴되게끔 되어 있으며, 결국 모두 사라지게끔 되어 있습니다.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삼라만상은 모두 색입니다. 우리의 몸(육체)은 물론이요, 집과 땅, 산과 강, 도로와 하천 등 나아가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우주 전체가 이 ‘색’인 것입니다. 《금강경》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 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에 들리는 모든 삼라만상이 다 허망하다, 실체가 없다, 이 허망한 것을 허망한 것으로 보지 않으면 부처님을 보는 것”이라 했습니다. 있는 것같이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눈의 감각작용이 보는 것은 실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 보아 실제 있는 것이 사실인데, 어찌 없고 텅 비었다고 하느냐. 우리 눈의 감각작용이 그렇게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모든 물질은 변하고 없어집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입니다. 물질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결국 없어집니다. 사람의 몸과 건물과 산과 내, 도로 등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다 변하고 결국 없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무상합니다. 실체가 없다는 말은 가짜란 말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하는 세상만물이 다 ‘색’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눈, 귀, 코, 혀 몸 등 감각작용이 그렇게 만들어 낸 것입니다.

《반야심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라 했습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색(물질)이 색이 아니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공(空)과 같다. 또 아무것도 없는 공(空)은 다시 물질이 생겨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물질이 없어지면 공이요, 공(空)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 물질이 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없다고 하여 아주 없는 것이 아니요, 있는 것 그 속에 물질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도 이것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했습니다. 공이면서도 묘하게 없다. 사실 이것은 우리말이나 글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눈에 보인다고 실제 있는 것이 아니요, 귀에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안(眼, 눈)·이(耳, 귀)·비(鼻, 코)·설(舌, 혀)·신(身, 몸)의 감각작용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수(受)입니다. 물질과 물질이 부딪칠 때 생겨나는 감수작용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을 보며 몸으로 느끼는 감수작용이 수(受)입니다. 또 무엇에 대해 좋다 나쁘다, 깨끗하다 더럽다는 등 오관(五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입니다. 또 이러한 ‘수’는 나(육체)에 의해서 출발합니다. 나에게 맞으면 좋고, 맞지 않으면 싫어합니다. 또 나와 관계가 없으면 평등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수입니다.

셋째는 상(想)입니다. 위에서 좋다고, 또는 나쁘다고 느낄 때는 상(想)으로 넘어갑니다. 좋게 느낄 때는 그것에 욕심을 일으키고, 나쁠 때는 싫어합니다. 좋고 나쁘고, 크고 작고의 감정이 모두 상입니다.

넷째는 행(行)입니다. 만물에 대해서 좋으면 갖고 싶어 하고, 나쁘면 물리칩니다. 이것이 ‘행’입니다. 상을 통하여 생각이 구체화되면 행동으로 옮깁니다. 이것이 행입니다. 좋으니 갖겠다, 나쁘니 버려야 하겠다 이렇게 구체적 행동이 ‘행’입니다.

그리고 다섯째인 식(識)입니다. 좋다 좋으니 가져야겠다, 싫다 싫으니 버려야 하겠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식(識)입니다. 사물을 분별하고 자기 의사대로 갖고 버리고, 가고 오고 하는 것이 식입니다. 분별작용 판단작용이 ‘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다고 인식하는 것, 그에 집착하는 것이 ‘식’입니다.

이와 같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으며 맛을 보고 촉감을 인식하는 것은 오관 작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모두 실체가 없습니다. 실제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작용(안, 이, 비, 설, 신)에 의한 것은 모두 실체가 없습니다. 실제가 아닌데, 우리의 감각작용이 그렇게 만들어낸 것입니다. 실체가 없다는 말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란 말입니다. 이들은 모두 전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아(몸)가 인식하는 대로 잘못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활에 대상이 되는 우리 몸(육체)을 비롯하여 집과 땅, 산과 들 등 모두가 실체가 없습니다. 전부 가짜란 말입니다. 우리의 감각작용(눈, 귀, 코, 혀 등)이 그렇게 만들어낸 가짜란 말입니다. 그리고 물질 뿐만 아니라 수상행식(受想行識)인 정신작용도 모두 공하다,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관 수상행식에 의해서 받아들인 것은 가짜인데, 이것을 진짜인 줄 알고 이에 따라 좋고 나쁘고, 밉고 곱고 하면서 사는 것이 대체로 중생세계 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렇게 잘못 보고 듣고 하여 속아서 살지 말고 부처님의 진리대로 오온개공(五蘊皆空)인줄 확실히 알고(받아들이고) 정법생활을 해야 하겠습니다.

혜원 원각 | 선학원 광법선원 분원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