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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유형 6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2021년 03월 23일 (화) 16:26:35 용진 스님 .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은 회사 내 사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회사일이 1순위였고 그만큼 일에 대해 열정적이었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혼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부서 팀원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였고, 선배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시뮬레이션 하는 등 매우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였다. 한편으로 그는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했고, 친절하고 다정한 상사이기는 했지만 요령을 피우거나 아부하는 부하직원을 싫어했다. 이러한 김 부장의 모습은 융통성이 없다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믿었다.

하지만 김 부장의 건강상태는 날로 나빠지고 있었다. 병원에 가면 딱히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의사는 그저 스트레스 받는 일을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확실하지 않은 의사의 진단을 믿지 못한 김 부장은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그는 건강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이제까지 쌓은 신망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더욱 회사 일에 매진하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에니어그램의 모든 성격 유형 중에서 6번 유형은 친구나 자기가 믿는 신념에 가장 충실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충실한 사람’이라고 이름붙였다.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충성을 다하지만 외부인을 잘 믿지는 않는다. 특정인물에게 의존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과 명분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지치지 않고 일할 수도 있다. 이들의 주제어는 #신뢰 #의존적 #조심스러움 #의심이 많음 #충실함 #미래에 대한 대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메시지는 “나 자신을 믿는 것은 옳지 않다.”이다. 그래서 6번 유형의 주요한 문제는 자신감의 상실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자신이 없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불안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정’을 구축하는 길을 찾는다. 다양한 권위와 체제에 자신을 맞춤으로써 ‘옳은’ 답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믿고, 강한 정치적 신념을 갖으며, 배우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기 계발서적에서 의견을 얻는다. 너무 많은 선택권을 갖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법률이나 회계, 학문처럼 잘 정의된 과정과 가이드라인이 있는 구조 안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또한 그들은 안전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

이들은 강하면서 약하고, 두려움이 많으면서 용기가 있으며, 신뢰할 수 있으면서 신뢰할 수 없기도 하며,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이다. 난폭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며,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이며, 생각하는 사람이면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모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믿음이 많은 사람이면서 의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협동적이면서 방해가 되기도 하며, 너그럽기도 하고 마음이 좁기도 하다. 이렇게 끝에서 끝을 오갈 수 있다. 탁구공처럼 가장 많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 쪽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6번 유형은 예측 가능한 것과 질서를 좋아하고, 일이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고 나서야 마음을 정할 수 있어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내면의 자문위원회가 있어서, 주어진 상황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확인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이 일을 하면 엄마는 뭐라고 할까? 분명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할 거야. 그럼 아빠는 뭐라고 할까? 아마 반대하실 걸?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하라고 하셨는데….’라며 끊임없이 위원회에게 묻고 확인하기 때문에 최종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6번 유형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충직하고 기민하며 호기심이 많다. 연민이 있어서 잘 도와주고 책임감이 강하다. 재치가 있고 정직하여 믿음직스럽다. 반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불안해하고, 상대방이나 상황을 통제하려 하며, 편집증 증세를 보이면서 짜증을 잘 낸다. 의심이 많고 방어적이며,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냉소적으로 보인다.

6번 유형은 어린 시절 대체적으로 엄격하고 냉정한 양육자 밑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또한 양육자의 양육태도가 변덕스러워 늘 양육자를 관찰해야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어린 시절 욕구표현을 잘 할 수 없게 되고, 두려움과 의심이 많지만 양육자가 시키는 대로 잘하는 모범생으로 성장해야 했다. 이들은 외부적으로 복종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반항과 냉소, 그리고 크고 작은 수동적인 공격 행동을 통해서 독립성을 유지한다.

6번 유형은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하면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을 경계하며 의심이 많아진다. 부정적인 모습의 3번 유형처럼 경쟁적이 되고, 자기비하와 열등감에 대한 저항으로 남들을 무시하며 거만해진다. 일 중독자가 되거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6번 유형의 큰 장점은 엄청난 끈기를 갖고 있으며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배우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일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충실하지만

자신이 배우는 것에서도 아주 성실하다. 의심을 신뢰로 쌓고,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해내는 6번 유형은 건강한 9번 유형처럼 “나는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자신감으로 긴장을 풀고, 안정감이 생긴다. 자신의 상상력을 활용하여 규칙과 법률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6번 유형에게 보내는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크리슈나무르티의 메시지가 있다.

“당신은 누구에게도 의존할 수 없습니다. 안내자, 스승, 권위자는 없습니다. 당신만이 있을 뿐, 당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당신과 세상의 관계가 있을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용진 스님•비·채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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