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기의 암소|한지에 수묵(추상)| 67×130 (1957)

우리나라 수묵 추상회화의 대가이자 구도(求道)의 화가로 평가되는 지홍 박봉수 화백(1916~1991)의 작품을 감상할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대표 조수연)는 3월 4일부터 3월 28일까지 지홍 박봉수 화백 초대기획전을 연다.

박봉수 화백은 고암 이응노, 남관 등의 추상화와 비견되며, 그만의 독자적인 문자 추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화백은 1916년 태어나 1930년대에 일본과 중국에서 미술을 수학했으며 1939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을 시작으로 수묵 추상회화의 세계를 개척하였다. 1956년 경주 분화사의 원효대사 진영을 제작하였고, 1988년 서울올림픽기념 한국현대미술전에 문자추상 ‘서경(書經)’을 출품하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프랑스 미술협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였다.

박 화백은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많은 명성을 얻어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1950년대부터 미국,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초대전 및 개인전에 작품을 출품하였으며 독일 베네딕트수도회 초청으로 수도원에 체류하며 유럽 스케치 여행을 통해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하였다. 특히 1963년의 작품 ‘명상 그리스도’는 로마 갈멜수도원 본원에서 카톨릭 ‘상본(像本)’으로 제작되어 유럽 전역에 보급되기도 하였다.

박 화백과 교유하였던 구상 시인은 “오늘의 예술가, 즉 한국 전체의 예술가 중에서 가장 화선불이(畵禪不二)의 삶을 살고 소위 화선일미(畵禪一味)의 경지를 이룬, 선과 예술, 도와 예술을 함께 이룬 그런 높은 경지를 보인 이가 바로 지홍 박봉수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평하였다.

김환기 화백은 “어떻게 보면 디테일을 외면한 것 같은 무기교의 대담하고 투박한 선은 오히려 생명력이 넘치는 강렬한 역감을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경성 미술평론가는 “작품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는 한국적 풍토성이 짙은 장미壯美의 세계”라고 했으며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문자계열, 이는 문자추상으로 이어지면서 지홍 예술의 결정판으로 승화되기도 한다.”라고 했다.

동료 작가들은 “동양의 노장 사상과 결부되었다”고도 하고 “도를 닦는 수사나 승려 또는 철학자 같다”고 평가하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수연 갤러리 무우수 대표는 “지홍의 작품세계는 신라의 풍토성과 실험정신으로 빚어졌으며, 불교와 기독교의 동일성적 원형을 동양적 소재와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하였다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화선지 백 장을 습작으로 버리고 난 끝에라야 한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는 지홍 박봉수 화백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화백의 30주기를 맞아 유족들의 소장 작품으로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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