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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오후 불식
신도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
2020년 11월 03일 (화) 17:34:03 김은주 자유기고가

우리나라 절에서는 오신채(파, 마늘, 달래, 흥거, 부추)를 먹지 않고, 육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스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고기를 먹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남방불교의 본산인 미얀마 마하시선원에서 가장 놀라운 풍경은 수행자의 밥상에 올라온 고기였습니다.

탁발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등 계율이 더욱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남방불교에서 특이하게도 고기는 자유롭게 먹었습니다. 탁발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굳이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살생을 금하는 계율은 있지만, 남방불교는 육식과 살생을 동일선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와 달리 육식을 했습니다.

반면에 남방불교는 오후불식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탁발로 하루에 한 끼만 먹었습니다. 부처님시대의 전통이 가장 잘 남아있는 남방불교는 이 전통에 따라 오후 12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됐습니다. 하루 세 끼를 먹던 우리로서는 가장 힘든 계율이었습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를 맛보다

마하시선원에서는 오전 5시에 죽이나 국수로 아침을 먹고, 오전 10시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건 공식적인 규칙이고 내 경우엔 아침을 안 먹었기 때문에 오후 불식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만약 오후 불식을 지키게 되면 하루 한 끼만 먹게 되는데, 그러면 명상할 때 배가 고파서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후 5시 무렵 나름대로 뭔가를 챙겨 먹었습니다.

   
▲ 묽은 죽과 국수 등으로 차려진 아침 공양.

그런데 인도인 스님이나 성실한 일본인 수행자 등 많은 사람은 오후불식을 지켰습니다. 남편은 먹을 시간이 없어서 못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인 수행자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라면을 함께 먹자고 했더니 오후불식을 지킨다면서 먹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해진 수행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수행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인 못지않게 성실한 수행자였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해야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긴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난 애초에 오후불식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있으면 무조건 먹었습니다. 한 번은 다른 한국인 수행자가 자기 방에서 태국라면을 끓여주었습니다. 내 방에서 혼자 한국라면을 불려 먹다가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었는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같은 맛이었습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지만 음식에 대한 불만이 한편에 남아있었는데 이 라면을 먹는 순간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수행자들 중에는 오후불식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꼭 지키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근데 중요한 건 오후불식을 하는 수행자일수록 성실한 수행자고 그들이 얻어가는 게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정도는 알고 있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으므로 음식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극진히 수행자를 대접하는 마하시선원

마하시선원의 식사는 대체로 잘 나왔습니다. 아침을 한 번도 먹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남편은 그곳에서 먹었던 아침 죽이 너무 맛있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아침으로 미얀마식 죽을 끓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수행자도 아침에 먹었던 볶음 국수가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침도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처음에 많이 놀랐습니다. 둥근 상에 다섯 명이 앉아서 먹었는데 정말 많은 음식이 나왔습니다. 국이 있고, 고기도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항상 나오고 나물볶음도 여러 가지고, 어떤 때는 새우가 들어간 요리와 생선 튀김도 나왔으며 디저트로 바나나와 작은 빵, 아이스크림과 차까지 나왔습니다. 이 많은 음식은 모두 기부와 봉사자들의 노고로 차려진 것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수행자에 대한 존경심이 있고, 이렇게 잘 차려진 식사로 대접하는 것 같았습니다.

   
▲ 마하시선원의 점심공양. 고기와 야채, 견과류나 디저트 등으로 차려진 귀한 음식이다.

남편은 정말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인데 여기서는 정말 잘 먹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잘 나오는데 어떻게 안 먹을 수 있냐며 무척 만족해했습니다. 물론 나도 음식 먹기가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맛있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먹을 만한 정도지 정말 맛있게 먹은 적은 없어서 마지막 무렵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픈 욕구가 점점 차올랐습니다. 따끈따끈하고 야들야들한 순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잘 익은 깍두기도 먹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마하시선원의 식사는 정말로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우린 너무나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식사를 할 때 국이나 반찬을 다 먹으면 어느새 봉사자들이 음식을 더 채워주었으며, 음식을 다 먹은 후에도 그냥 자리에서 삼배를 하고 나가면 됐습니다. 우리가 먹었던 그릇은 봉사자들이 다 씻어주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질 또한 미얀마의 경제수준에 비쳐서는 최고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하시선원은 수행자를 정말 극진하게 대접했습니다.

좋고 나쁨이 없다 … 식문화에 따라 수행하면 될 것

그렇다면 음식이 수행에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오신채를 먹지 않습니다. 이런 음식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남방불교에서는 고기는 먹지만 오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남방불교의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린 오후불식을 지키지 않으므로 올바른 수행을 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나라 사찰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남방불교는 육식을 하므로 수행자답지 않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자신의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식문화가 형성됐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한국사찰에 다닌다면 육식을 먹지 않으면 되고, 위빠사나 수행자라면 오후불식을 지키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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