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의식 무형문화재의 생성과 분포

인류 종교사적으로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들이 탄생하면, 그 분을 흠모하는 후대의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공양을 올립니다. 그 공양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습니다. 불제자들은 자발적으로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의 물질적인 공양물을 올렸고, 악기연주와 노래(범패), 춤과 같은 무형적인 공양도 올렸습니다. 이렇게 부처님 전에 악(樂)·가(歌)·무(舞)와 같은 무형적인 것과 음식물과 재물 같은 유형적인 것을 바치는 것을 통틀어 공양(供養)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불교는 인도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에 유입되면서 약 2000년간 전승이 되어왔습니다.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진감국사(774~850)는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후, 지금의 쌍계사에 머물면서 당나라의 범패를 신라에 전승하였는데, 이것이 한국범패에 대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현재 범패 등 한국의 불교의식 무형문화재는 서울·경기·인천·충북·충남·전북·광주·강원·경남·부산·제주 등 거의 전국에 고르게 전승되고 있습니다. 범패는 민요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언어·음악·무용적 특색을 지니는데, 지방에 따라 경제, 영제, 완제, 중제, 제주제 등으로 구분됩니다. 마치 민요가 경기민요, 남도민요, 영남민요, 강원도민요, 황해도민요, 제주민요 등으로 구분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범패는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한 경제범패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제범패가 양대 산맥이며, 이외 호남지역의 완제범패와 충청도의 중제범패, 제주도의 제주제범패 등으로 세분됩니다.

한국의 불교의식은 영산재, 수륙재가 가장 많이 전승되고 있지만, 2019년 서울과 경남 두 곳에서 생전예수재가 무형문화재로 각각 지정되었습니다. 생전예수재는 영산재, 수륙재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의식으로, 조선시대 초·중·후기 불교의례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불교의식은 지금도 전승과 발굴이 왕성하게 진행 중인 셈입니다.

▲ 상단인 불보살 전에 육법공양을 올리는 모습(작약산예수재)Ⓒ서정매

육법공양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질까

육법공양은 부처님을 모신 상단에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의 여섯 가지 공양물을 올리는 의식으로, 영산재, 수륙재, 예수재, 상주권공재, 시왕각배재 등의 대규모 불교의식에서 반드시 거행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육법공양은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의 여섯 공양물을 상단에 올릴 때, 악기 반주에 맞추어 범패로 소리를 공양하고, 작법(나비무)을 통해 춤까지 더하는, 악가무(樂歌舞)가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입니다. 모든 불·보살·성현에게 정성스럽게 마련한 공양구가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설판한 인연의 공덕이 원만하게 회향될 수 있기를 발원하는, 정성에 정성을 다하는 절차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육법공양은 엄밀히 말하면, 상단의 공양의식만을 일컫습니다. 왜냐하면 상단에서 육법공양이 이루어진 후 공양물을 중단으로 내리고, 중단공양이 끝난 후 그 공양물은 다시 하단으로 내립니다. 즉 각 단은 상단의 공양물을 받아 이루어지지만, 각 단의 공양 내용과 명칭은 달라집니다. 즉 상단에서는 육법공양으로 노래하지만, 중단에서는 오공양의 사설로 노래하고, 작법(나비무)도 오공양작법으로 바뀝니다. 이때 육법공양 중에서 주로 꽃이 생략됩니다.

중단공양이 끝나고 나면, 공양물은 고스란히 하단으로 내리는데, 이때 하단은 영가를 위한 의식이므로, 공양이나 권공이라 표현하지 않고 시식(施食), 법공[가지력(加持力)이 스며든 공양] 또는 법식이라고 합니다. 시식은 대상과 내용에 따라 관음시식, 화엄시식, 전시식, 구병시식 등으로 나누어지며, 영가가 승려인 경우에는 영반(靈飯)이라고 하여 재가자의 것과 구별합니다. 이처럼 공양의식은 공양의식은 상단, 중단, 하단의 위의(威儀)와 법식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됩니다.

▲ 상단에서 육법공양을 법식으로 전환시키는 사(四)다라니 바라춤(작약산예수재). Ⓒ서정매

육법공양과 오공양은 어떻게 다른가

공양물은 상단과 중단 모두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의 여섯 공양물을 올리지만, 중단에서는 오공양 소리에 맞추어 나비춤을 춥니다. 이것을 오공양작법 또는 오공양 나비춤이라고 합니다. 나비춤은 소매가 긴 육수장삼을 입고 두 손에 꽃을 들고 추는 춤으로, 한 마리의 나비와 같이 범패와 춤은 느리고 우아하며 장중하고 엄숙합니다.

그런데 서울·경기·인천 등지의 경제범패에서는 중단에서 오공양의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제 공양물은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의 여섯 공양물을 모두 올립니다. 반면 영남지역의 범패에서는 오공양 가사를 범패로 노래하고, 공양물도 꽃을 제외한 향, 등, 과일, 차, 쌀의 다섯 공양물만 올립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과 영남은 불교의식의 지역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는 불교의례의 지역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의례집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서울지역은 주로 《석문의범》을 사용해왔고, 영남지역은 《구감》(《작법귀감》의 내용을 보충한 책)을 주로 통용해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1827년 백파 스님의 《작법귀감》에 적힌 협주를 보면, ‘육법공양에서는 한편 1827년 백파 스님의 《작법귀감》에 적힌 협주를 보면, ‘육법공양에서는 때로는 오법 공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법공양을 하기도 합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1827년 당시에 육법공양이 원칙이었지만, 여섯 공양 모두를 갖추는 것이 여건 상 결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중단에서 설행되는 오공양작법(작약산예수재).Ⓒ서정매

조선시대 의례집에 나타난 육법공양,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육법공양은 단순히 부처님에게 올리는 물리적인 공양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의 법으로 이루어진 공양물을 통한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즉 향은 자신을 태워 주위를 맑게 하는 희생·화합·공덕을 상징하는 해탈향을 의미하며, 등불은 지혜와 희생·광명·찬탄을 상징하는 반야등을 의미하며, 꽃은 인고의 세월을 견디는 수행을 상징하는 만행화를 의미하며, 과일은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과를 의미하며, 차는 부처의 법문이 만족스럽고 청량함을 상징하는 감로다를 의미하며, 쌀은 기쁨과 환희를 상징하는 선열미를 의미합니다. 심오한 의미를 지닌 만큼 여섯 공양물을 공양 올리기에 앞서 먼저 찬탄합니다.

조선시대 불교의례집인 《진언권공》(1496)·《영산대회작법절차》(1634)·《오종범음집》(1661)·《제반문(諸般文)》(1694)·범어사 《어산집》(1700) 등에서는 육법을 각각 찬탄한 뒤에 공양을 올립니다. 다시 말해서 ‘향·등·화·과·다·미’의 6개 공양물은 ‘향찬+향공양, 등찬+등공양, 화찬+화공양, 과찬+과공양, 다찬+다공양, 미찬+미공양’으로, 찬탄을 먼저 한 후에 공양을 올립니다. 찬탄과 공양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지요.

육법공양의 올바른 전승을 위하여

조선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법공양은 그 절차가 계속 변화되어 왔고,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의례는 상황에 따라 생략되고 변화될 수 있습니다만 의례집을 목판으로 인쇄한 상황에서 왜 이런 생략과 오류가 나타났을까요?

유추해 보건대, 1739년을 전후로 축소와 생략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례집에 따라 향찬과 향공양의 두 제목을 하나로 묶거나(향공양병찬), 또는 하나로 묶되 글자 수를 축소하거나(향공양병찬→향공찬), 심지어 제목을 모두 생략하고 내용만 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생략한 것이지 내용을 빠뜨리거나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후대인들은 이러한 생략과 축소의 과정을 알지 못해서인지, 찬과 공양의 두 의식을 하나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석문의범》이 그 중 하나입니다.

《석문의범》은 한글과 한자가 병행되고, 책이 가벼워 휴대하기 좋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불교의식집입니다. 1935년에 간행된 《석문의범》은 현재까지 8쇄가 넘게 인쇄되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재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문의범》에 육법공양의 절차가 생략·누락된 것을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육법공양의 올바른 전승을 위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이에 대한 수정이나 올바른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육법을 찬탄한 뒤에 공양물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육법공양입니다. 이에 육법공양 중 두 번째 부분인 찬등과 등공양을 우리말로 풀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등을 찬탄합니다>

한 점의 등불은 팔풍(八風)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작은 마음은 일만 겁에도 오래도록 밝구나.

서천불조의 가르침을 계속 전해 주시니, 중생들의 어둠을 물리쳐 주시는 도다.

<등을 공양합니다>

등불의 빛이 층층으로 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마음의 등불은 자연히 밝고도 밝구나.

이제 우리가 등불로 온누리를 비추니,

어둠을 깨뜨리고 죄를 소멸하는 광명의 복이 끝이 없구나.

<대중은 모두 함께 노래 합니다>

바라옵건대, 시방삼세 부처님은 크신 자비를 베푸시어,

이 반야의 등불 공양을 받아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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