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6월11일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시 중심가에서 스님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분신한 이는 틱 광득 스님.

스님은 당시 지엠 정권의 불교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분신했다. 틱 광득 스님의 분신은 이후 스님들의 잇따른 분신과 학생, 지식인들의 반정부 운동을 이끄는 신호탄이 됐다.

미야우치 가쓰스케의 《분신》은 틱 광득 스님의 일대기와 그의 생각, 분신 당시 상황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조명한 책이다.

작가 미야우치 가쓰스케는 책 전반을 통해 ‘화염에 휩싸여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는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작가는 “뭔가 믿을 만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나 역시 지금까지 믿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사상가나 작가 이름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틱 광득.”라고 말하며 “아시아의 긍지, 아시아의 깊은 마음을 세계를 향해 발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꽃처럼 분연히 일어나 스스로를 소신공양한 틱 광득 스님에게 당시 웅고 딘 지엠 대통령의 재수 마담 뉴는 “중의 바비큐라니, 재미있네”라며 비웃었다. 그녀의 비웃음은 베트남 전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분노를 샀다.

틱 광득 스님의 분신은 결국 남베트남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역사적 사건으로 남았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 통일궁(구 대통령궁)에는 틱 광득 스님의 분신 사진이 전시돼 당시의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 작가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당시 상황의 목격자와 불교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녹여 넣었다.

미야우치 가쓰스케 지음/김석희 옮김/토향/296쪽/1만2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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