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뇌를 ‘수해(髓海)’라 하여 인체의 정수(精髓)가 풍부하게 모여있는 곳으로 보았습니다.

수해가 부족하면 머리가 빈 듯하고 귀가 울리며, 정강이가 시큰거리고 눈앞이 어지러워져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꼬리뼈에서 경추와 그 위인 뇌까지 연결되는 선을 따라 골수가 채워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골수가 부족하면 뇌수 역시 부족해지고 수해가 풍부하지 못하면 두통이 온다고 했습니다.

현대의학으로 봐도 경추부와 후두부 주변의 순환이 좋지 않을 때 그 주변에 긴장이 생겨 두통을 유발하게 됩니다. 흔히 ‘뒷골이 당긴다’고 표현하지요. 척추가 뻣뻣하고 굳으면 신체활동도 느려지고 저하되지만 두뇌활동이 저하됨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의보감》에서는 머리가 아픈 것을 어떻게 구분하고 정의했으며, 어떤 치료법을 알려줬을까요?

일단 《동의보감》에 나온 순서와는 좀 다르지만 부위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두통은 두통의 부위가 정수리 부근입니다. 수족의 양경락은 머리와 얼굴로 모이는데 그중에 궐음경락이 독맥과 만나는 정수리 부위의 두통을 정두통이라 합니다. 담(痰:몸의 불필요해진 요소들)을 두통의 원인으로 보았고, 화(火)가 같이 동반되면 눈이 빠질 듯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편두통은 머리의 반쪽이 차갑고 아픈 증상을 보입니다. 미릉골통은 양미간과 눈썹이 지나는 부위의 두통을 이릅니다.《동의보감》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후두통, 관자놀이 주변의 태양혈두통 등과 같이 두통의 위치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원인에 따른 분류입니다.

두통을 풍한(감기를 동반한 두통), 습열, 궐역. 담궐, 기궐, 열궐, 습궐, 뇌풍증, 수풍증, 두풍증 등으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어지러움증도 두통의 일종으로 분류를 했습니다. 풍훈, 열훈, 담훈, 기훈, 허훈, 습훈 6가지로 구분했으며 치료도 달리 했습니다.

이렇듯《동의보감》은 두통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였으며 그 주요통증 부위와 원인에 따라 분류하고 치료법도 달리 하였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두통만 오는 경우도 있지만 소화기나 귀·눈의 통증, 뒷목의 뻣뻣함. 아랫배 통증, 생리통 등을 동시에 동반하여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머리만 치료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오래되고 잘 낫지 않는 만성 두통환자도 다수 있지만 그 원인을 몰라 치료를 포기하거나 임시로 두통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 환자가 내원하면 한약 처방과 더불어 침, 뜸, 부항 등의 치료법으로 증상을 개선하고 완치까지 이르게 도와드립니다.

추나요법으로 경추, 흉추, 요추 등의 척추기능을 개선시켜 골수가 원활하게 순환되게 하는 치료로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추나요법의 한 부분인 수기치료 중 두개천골요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음식을 먹다가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두통을 동반하는 이도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이럴 때의 증상은 어지럽거나 메스꺼움,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뇌신경의 한 종류인 미주신경의 교란에 의해 그러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나와 목을 지나 소화기까지 연결되는 신경입니다. 두통과 더불어 소화기 증세를 같이 동반하는 분들의 경우, 소화기를 풀어주는 치료와 더불어 목의 긴장을 풀어주며 귓바퀴 뒤 아래의 움푹 파인 예풍혈이라고 하는 부위를 어루만져준다든디 하는 가벼운 자극으로도 충분히 진정 및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식사습관도 두통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수면부족 및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 등도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 역시 두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럴 때는 행복하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데 집중할 수 있는 명상 및 호흡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로하고 충분히 쉬지 못해도 역시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장육부를 회복해서 머리의 불안정한 흐름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것이 두통을 이기는 법이 될 것입니다.

안수봉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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