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봉 스님의 《종정열전》1권 표지.
한국 근현대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22분 종정 스님의 전기를 집대성한 《종정열전》1·2가 출판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선지자의 일대 기록은 해당 인물의 조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통해 살아있는 자들에게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불교 내에서도 여러 고승들의 삶을 기록해 놓은 고승전 부류의 저술들이 전해온다. 중국의 《양고승전(梁高僧傳)》《신승전(神僧傳)》이나 우리나라의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동사열전(東師列傳)》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출판된 혜봉 스님의 《종정열전》1·2도 또한 그러한 부류에 포함되는 귀중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해동고승전》은 고려 고종 때(1215년) 각훈 스님이 저술한 것으로, 삼국시대부터 당대까지 고승들의 전기를 정리해 편찬한 한국 최고(最古)의 불교관련 인물역사서이다. 한편 1894년 조선 철종 때 각안 스님이 저술한《동사열전》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되는 때의 아도화상을 시작으로 조선 고종 31년(1894)까지의 고승 197인과 불교인 2명의 자세한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맥을 이어 간행된 《종정열전》은 한국 근현대불교사에 근간을 이루는 초대 종단 원종(圓宗)의 종정 회광 사선(晦光 師璿, 1862~1933)부터 만공 월면, 한암 중원, 퇴옹 성철 스님 등과 현재 조계종정 도림 법전 스님까지 모두 22분의 전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근현대 종정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서적은 혜봉 스님에 의해 일찍이 1999년 《그 누가 큰 꿈을 깨었나》《천고에 자취를 감춤 학처럼》이란 책으로 출판된 바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번 출간된 《종정열전》은 같은 궤이면서도 다른 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번 출간본은 입적한 네 스님의 전기를 완전히 새로 썼으며, 구하기 힘든 사진 자료들도 발품으로 얻어 대거 포함시켰다”며 “거의 새 책과 마찬가지이다”고 강조했다.

《종정열전》은 단순한 스님들에 전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제시기부터 현재의 한국불교사가 고스란히 이 책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불교사의 연구자는 물론 연구물도 찾기 힘든 지금에, 이 책은 학술적 연구에도 충실한 자료적 역할로서의 일익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 볼 때 《종정열전》에는 이해를 돕는 용어해설과 사진이 있다. 생소한 불교용어를 친절히 설명해줌으로써 불교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읽기의 난해함을 풀기 위해 100컷에 달하는 사진 자료를 담고 있다.
또한 5가지 이슈거리에 ‘깊이읽기’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불교사 이해 전반을 돕기 위한 장치가 있어 특이하다. ①한국 선의 중흥조 경허 선사 ②종조 논쟁 ③일제시대 불교계의 거목 백용성 스님 ④봉암사 결사에 대하여 ⑤신군부에 의한 불교탄압 10·27법난이 그것이다.

해봉 스님은 이 책의 출판을 20여 년 전 발심한 “선학 선승들로부터 무언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하여 행한 작은 시도의 하나”로 규정한다. 이 책을 통해 불교전반의 이해는 물론 좌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삶과 죽음, 깨달음과 수행의 의미를 되새겨 인생의 혜안(慧眼)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제1부 일제시대 조선불교계의 종정
원종과 임제종의 종정 - 회광 사선, 경운 원기
일제시대 조선불교 선교양종의 교정 - 환응 탄영, 동선 정의, 해담 치익, 용허 장호
일제시대 조선불교 선종의 종정 - 혜월 혜명, 만공 월면
일제시대 조선불교 조계종의 종정 - 한암 중원

제2부 광복 후 전통 승단의 종정
조선불교의 종정 - 석전 정호, 만암 종헌
정화운동시 비구승단의 종정 - 석우 보화, 동산 혜일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 - 효봉 학눌, 청담 순호, 고암 상언, 서옹 석호, 퇴옹 성철, 서암 홍근, 노천 월하, 혜암 성관, 도림 법전

저자 해봉 스님은 안동교대를 졸업 후 10년 동안 교사로 생활하며 글밭·안동수필동인회 동인으로 문학수업 하다가 출가했다. 출가 후 승가학과 및 여러 곳에서 수행했고 《연합불교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윤회의 실상》《친일불교론》《일제하 불교계의 항일운동》《차와 선 그리고 화두》 등이 있다. 현재는 경기도 부석암에서 한거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혜봉/도서출판 문화문고/반양장/1권 25,000원, 2권 20,000원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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