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촛불은 모든 중생들을 밝혀주는 지혜의 빛입니다. 그 빛이 미치는 곳은 어디든 만다라 세계입니다.                 - 종사르 잠양 켄체 린포체

인도 비하르 주 보드가야에 있는 마하보디 사원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불자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부처님이 그 아래에서 선정에 드신 거대한 보리수가 있고 대탑은 높이가 55m에 달한다. 3세기경 열성적인 아쇼카 왕에 의해 세워졌으며 5~6세기경에 이르러 더욱 확장했으며 꾸준한 개보수가 진행되었으나 11세기 투르크계 이슬람 세력의 진출로 폐허가 되었다. 미얀마인들에 의해 복원하기도 했으나 다시 13세기에 이슬람 세력이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무슬림에 의한 훼손이 반복되다가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하면서 힌두교의 사원이 되었다.

현재의 모습은 1880년대에 영국인 알렉산더 커닝엄(Alexander Cunningham)이 주도하여 대대적으로 복원한 것인데 당시만 해도 힌두교 사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조사 결과 불교의 성지임이 알려지자 사원을 불교에 돌려주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사원 내에 있는 힌두교 성지로 인해 결국 힌두교와 불교가 공동관리하기로 결정되었으나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3년 7월, 절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5명이 부상을 입었고 또 2014년 7월에는 우리나라의 개신교단체 인터콥이 이곳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땅밟기를 하여 큰 충격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데 198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마하보디 사원의 위상을 위협하는 것은 외부적 상황만은 아니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수백만의 순례자들이 밝히는 버터램프로 인한 그을림, 낡은 조명시설에서 발생하는 고열 등이 사원의 외관을 손상시켜 왔다. 이런 조건이 보리수의 생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켄체 린포체의 ‘마하보디 사원 조명 프로젝트’

2015년 종사르 잠양 켄체 린포체는 마하보디 사원에 새로운 조명을 설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동들을 위한 불교 교육, 역경사업, SNS를 포함한 미디어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법활동을 펼치고 있는 켄체 린포체는 마하보디 사원의 훼손을 막고 불교의 성지로서의 위상을 되찾아 세계인들을 위한 정신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 일환으로 고열을 발산하고 자주 고장이 나는 낡은 조명시설을 제거하고 고효율의 친환경 LED 조명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하보디 사원의 모든 구조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심사를 거쳐야 했다. 사원의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도면조차 없는 상황이었기에 2년 동안 과학적 측정 장비로 마하보디 대탑 표면의 정밀 자료를 수집했고 2017년 마침내 마하보디사원 운영위원회와 보드가야 지역 행정장관의 승인을 얻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소요 경비 약 140만 달러의 기금 모금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어 금년 5월 현재 목표액이 전부 달성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들의 사원 출입이 제한되어 공사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불에 타지 않는 전선 매설, 대탑 표면의 구조를 이용해 처마 등에 조명을 설치할 준비 등 기반시설에 필요한 설비 지원을 완료했다. 모든 작업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드디어 금년 10월 점등식을 갖게 된다. 마하보디 사원이 비로소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성지로서의 바람직한 위상을 갖추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원 일부만 조명시설이 있었으나 10월부터는 사원 구석구석 새롭게 빛을 발하게 된다. 또 조명시설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낙후된 음향시설의 문제가 부각되어 음향시설도 새롭게 설치했다. 이로써 빛과 소리로 장엄된 마하보디 사원은 깨달음의 성지로서의 상징성을 보다 더 갖추게 되었다.

붓다의 뜻을 따르는 여러 단체가 협력한 역사적 사업

마하보디 사원 조명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켄체 린포체, ‘싯다르타즈 인텐트(‘싯다르타가 추구하는 것’, Siddhartha's Intent)‘, 켄체 재단(Khyentse Foundation), 바나 재단(VANA Foundation)이 있다.

켄체 린포체는 1961년 부탄에서 태어난 티베트불교 고승으로, 티베트불교 닝마파의 고승이자 샹빠까규파의 전승조사였던 잠양 켄체 왕뽀(1820-1892), 잠양 켄체 최기 로되(1893-1959)의 환생으로 켄체 법맥을 잇고 있다.

그는 ‘켄체 노르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명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연출한 영화 〈컵(The Cup)〉(1999)은 히말라야 깊이 자리한 사원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동자승들의 모습을 그린 수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과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나그네와 마술사〉(2003), 〈바라:축복〉(2013) 등의 영화가 세계에서 관심을 모으며 그를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영화 외에도 그는 작가, 교육가, 역경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2년, 켄체 린포체는 북인도의 티베트 망명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곳 어린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되어 백련복지재단(White Lotus Charitable Trust)를 설립해서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백련복지재단의 정신이 퍼져나가 많은 나라의 자원봉사자들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켄체 재단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교 교육의 활성화와 경전의 보존과 번역, 아시아의 명상공동체 지원, 불교 지도자 양성, 어린이 불교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 티베트 불교경전을 영어로 특정해,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사업을 벌였으며 2018년 티베트 대장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100년 역경불사를 시작, 현재 수십 명에 이르는 전 세계 학자들의 번역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5월, 불교이념에 입각한 불교 초등학교인 중도학교(Middle Way School)를 미국 뉴욕 주에 설립했고 올해는 불교유아교육을 위한 ‘블루 라이온(Blue Lio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986년 호주에서 시작된 비영리 국제 신행단체 ‘싯다르타즈 인텐트’는 켄체 린포체의 활동을 지원하며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뛰어 넘는 보편적인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증진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싯다르타즈 인텐트는 자국에 협회나 자선단체로 등록되어 불법을 보존하고 육성한다는 하나의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싯다르타즈 인텐트의 로고는 산치 대탑의 문 위 조각을 본 딴 것이다.

바나 재단은 인도의 전통 지혜를 되살리려는 사명으로 인도에서 활동하는 단체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하보디 사원 조명 프로젝트는 켄체 린포체와 켄체 재단, 바나 재단과 인도의 싯다르타즈 인텐트 그룹이 함께 한 역사적 사업이다.

이 어두운 시대에도 많은 분들이 보시와 자원봉사로 헌신해주신 덕분에 계획된 예산으로 공사를 끝내고 10월에 마하보디의 모든 곳들을 찬란히 비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불빛이 세계의 평화와 조화, 번영,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연과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 새로운 길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켄체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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