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평원 곳곳에 보석처럼 박힌 탑과 사원의 도시 바간(Bagan). 천년 여의 시간동안 역사의 변화와 자연 재해, 그리고 인간의 무심함과 욕심 등에 계속 훼손된 불교 성지 바간에 인도의 도움이 닿게 되었다.
미얀마 종교문화부 고고학국립박물관국은 “인도고고학연구소(ASI)가 바간의 다섯 개의 탑에 대한 복원작업을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바간의 유적지역은 지난 2016년 진도 6.8의 지진 발생으로 인명피해와 더불어 특히 389개의 탑을 포함한 불교 건축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얀마와 해외 전문가들은 지난 4년 동안 유네스코의 기준에 따라 365개의 탑들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남은 탑들의 복원작업에 인도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미얀마 고고학국립박물관국에 의하면 ASI는 우선 시급히 탑의 유지 보수를 진행하면서 회화 및 문양의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복원은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당장 급한 보수 작업은 금년 안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유적에 대한 구조적 조사 후에 필요한 작업이 단계별로 진행된다.
바간의 문화재 복원을 위한 협약은 지난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미얀마의 윈 민(U Win Myint)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서명이 이루어졌다. 문화, 경제,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국 간의 협력을 새롭게 강조했던 이 방문 기간에 두 나라는 지진으로 파괴된 바간의 탑을 복원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ASI가 12개 탑의 복원과 보존을 위한 첫 단계 작업을 맡기로 협약했다. 두 나라는 이미 2010년에 바간의 아난다사원(1105년 창건)의 보수 및 화학적 보존에 대해 협약한 바 있다.
훼손 심각해 뒤늦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만달레이 지역에 위치한 바간은 42평방킬로미터라는 광대한 평원지역으로 미얀마의 역사적 문화적 풍요를 대표한다. 현재의 미얀마를 형성하는 지역을 최초로 통일한 파간왕조(849-1297)의 수도였으며 전성기인 11~13세기에 이 지역에만 불교사원, 수도원, 탑 등이 만 개도 넘게 건설되었다. 현재 그 중 약 3천여 개의 기념물이 남아 바간은 전 세계에서 불교 유적이 가장 밀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에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쌍벽을 이룰 만큼 중요한 곳이나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의 섣부른 보수로 인해 유적의 상태가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이로서 문화재로서의 전체적인 수준이 하락되어서 오랫동안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바간의 유적지가 이렇게 훼손된 데는 역사적 요인, 지진 등의 자연 재해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의 이기심과 문화적 유산에 대한 무지도 책임이 있다. 국내외 방문객들은 기념 삼아 탑에 자신들의 이름과 날짜, 사랑의 언약 등 다양한 낙서를 남겼고 어떤 사람들은 탑을 타고 올라가 벽돌을 훔치기도 했다. 또 낙서를 금지하는 관리인들에게 오히려 무례하게 대드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해가 뜨고 질 때의 평원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탑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지역이 워낙 넓다보니 자원과 인력의 부족으로 효과적인 감시가 어려웠다. 2011년 미얀마의 정치개혁 이후 외국 관광객이 급증했는데 이 중 한 미국인 관광객이 탑에서 떨어져 입원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2016년, 탑에 오르는 행위를 금지하고 적절치 못한 복장으로 출입하거나 유적지 내에서 잠을 자거나 춤을 추지 못하도록 경고했다. 단순 관광 및 순례의 이유로 바간은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의 하나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여러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유네스코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마침내 2019년 6월, 바간은 미얀마 문화재로서는 가장 늦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다양한 크기, 스케일, 건축재료,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오랜 불교 건축물들이 만들어낸 장대한 풍경, 그리고 풍부하고 지속적인 종교적, 문화적 전통에서 바간의 정통성이 드러난다.” -유네스코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또한 앞으로 바간 현지의 고고학 팀의 문화재 보존 및 복원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들과 함께 일하고 또 한편으로는 벽화 보전을 위한 훈련과정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