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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 김기추 거사의 삶과 가르침
최운초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2020년 03월 19일 (목) 15:48:07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 가을여행|2만 2000원

한국의 재가불교에 대해 얘기하려면 백봉 김기추 거사를 빼놓을 수 없다.

청년기에는 조선민중을 억압하는 일제에 저항했고, 중년에는 교육 및 바른 정치로 민중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장년(56세)에는 불교에 입문하며 무자(無字)화두를 잡고 정진 끝에 대오하여 제법(諸法)의 실상을 알게 된 백봉 김기추 거사. 그는 이 후의 여생을 대학생 및 수좌 지도에 바치다 1985년 지리산 선원에서 입적했다.

이 책은 29세에 백봉 거사를 만나 입문했고 이듬해부터 선원에 입주해 직접 사사를 받은, 백봉의 제자 최운초 씨가 스승의 일생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백봉 거사가 입적한 지 34년이 지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행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자는 백봉 거사의 설법을 들으며 설법에 들어있는 스승의 행적을 모았고, 100명이 넘는 그의 제자와 가족을 한 차례 이상 인터뷰하여 자료를 수집했다. 또 일제 강점기의 신문을 포함한 여러 신문에서 그의 행적을 파악하거나,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맥락을 파악했다. 그 외에도 스승의 삶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장소와 기록을 모두 찾아 방문했다.

이러한 자료 조사에 걸린 시간이 8년. 조각을 정리하며 원고를 쓰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런 만큼 이 책은 객관적 사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흔히 제자는 스승을 미화하며, 우상화하고 신격화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나는 그 점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책에는 스승이 남의 책을 베꼈다는 사실이나 세상에서 첩으로 인정한 보살과 만난 함께 지낸 이야기도 기록했다. 반면에 백봉 거사가 보였다는 시중에 많이 떠도는 신이한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객관적 증거에 근거한 사실의 기록이 되어야 하며 근거를 보일 수 없는 이야기는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주인공인 백봉 거사를 “민중을 사랑했던 한 사회운동가”로 보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의해 무시당하고 탄압받는 조선 민중을 보며 일제에 대항했고, 해방 후에는 육영사업가로, 정치인으로 민중을 일깨우고 민중이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했으며, 대오 후에는 아집과 욕망으로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미망에서 벗어나도록 실상을 알리기 위해 헌신했던 한 선각자, 그가 ‘백봉 김기추’라는 것이다.

“마음 공부를 하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던 백봉 거사의 삶을 따라 가다보면 선(禪) 수행자는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화두공부에 진전이 없어 공부에 열정이 식어가는 사람이나 새롭게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거사가 제시한 이 시대의 수행방법, 즉 새말귀 수행법에 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이 나온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존경하는 이가 있다는 것만도 행복한 데, 그 분에 대해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보람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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