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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때를 벗기는 작업
2020년 03월 11일 (수) 16:47:14 용진 스님 비·채 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서양을 대표하는 1세대 현대 명상 스승 가운데 한 명인 래리 로젠버그는 《호흡이 주는 선물》이라는 책에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은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삶의 변화 방식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수행의 경험을 통해 그 유익함을 발견해 나간다면,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수행과 삶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흡은 우리의 삶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명상을 하니 호흡을 돌아볼 기회 생겨

60대 초반의 닉네임 ‘노인천사’는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사찰의 일도 두 손 걷어붙이고 앞장서는 꽤 깊은 신심을 가진 불자(佛子)이다. 아담한 체구와 통통한 얼굴 위로 번지는 따스한 미소를 보면 ‘보살(菩薩)’이라는 명칭이 절로 연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애칭을 ‘노인천사’라고 정했다. 그 이유는 천사처럼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신이 나이가 있으니 양심적으로 ‘천사’ 앞에 ‘노인’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천사와 나이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집단에서 그녀의 애칭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노인천사는 알아차림 호흡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살아오면서 호흡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다. “숨을 쉬면서 산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이런 이야기조차 그녀의 삶과는 무관하게 60평생을 내달려 왔다.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시작한 첫 날, 그녀는 ‘내가 숨을 쉬면서 살아가고 있었구나. 숨을 쉰다는 것이 숨을 들여 쉬고 내쉬는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들숨과 날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어려워하였다. 또 코로만 숨을 쉬니까 답답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자신의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구강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인들에게 한숨을 자주 쉰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고, 아마도 입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 내쉬었던 것 같았다.

노인천사는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수련하면서 호흡의 신체적 느낌을 세심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둘째 날, 호흡의 기준점을 콧구멍에 두고 호흡명상을 하던 중 그녀는 왼쪽 콧구멍으로 찬 공기가 들어와서 코 가운데 부분쯤에서 ‘찡’한 느낌을 느꼈다. 마치 파스를 붙였을 때 시원한 느낌과 같았다. 그런데 오른쪽 콧구멍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이상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콧구멍에 집중하며 호흡명상을 하고 있었는데, 왼쪽 콧구멍에서만 그 느낌이 계속 올라왔다. 2회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다음 회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 혼자서 호흡명상을 해보았는데, 그 느낌은 사라졌다.

프로그램 셋째 날, 호흡의 기준점을 아랫배에 두고 호흡명상을 진행하였다. 명상지도에 따르면 들숨일 때 아랫배가 마치 풍선처럼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고, 날숨일 때는 볼록했던 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반복하다보니 반대가 되는 것이다. 들숨 날숨에 따른 배 모양이 엇박자가 나고, 계속 헤매다 보니, 호흡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집중도 떨어지고, ‘왜 나는 안될까?’부터 시작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계속해서 올라왔다. 다른 참가자들은 잘 따라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된다고 생각되니 속상한 마음만 커졌다. 그래서 풍선 같은 배 모양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내 편안한 호흡부터 찾자고 마음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5분~10분씩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하니, 프로그램 회기가 거듭될수록 그녀의 호흡은 편안해졌고, 애를 쓰지 않아도 들숨 날숨에 따라 아랫배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 그녀는 자신의 호흡을 그대로 수용하지도 허용하지도 않고, 그저 배 모양에 맞게 통제하고 조절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배 모양과 상관없이 호흡을 바라보며 자연스러운 호흡을 이어갔다. 억제하거나 조절하지 않고, 자신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을 때, 호흡은 몸과 자연스레 일치가 되었던 것이다.

구강호흡 고치고 진통제 끊고 호흡 깊어지는 효과

이렇게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매우 열심히 수련했던 노인천사는 자신의 호흡습관까지 고치게 되었다. 구강호흡을 했던 그녀는 잠을 잘 때도 입을 벌리고 잤다. 구강호흡은 해로운 세균과 먼지를 포함한 공기가 폐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호흡기 건강을 악화시켜 면역력 저하, 기관지 약화, 집중력 저하, 피로감을 쌓이게 하여 장기적으로 뇌졸중 같은 병을 야기 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이 노인천사에게도 나타났던 것이다. 자고 나면 입안이 바싹 말라있었다. 목도 건조하고, 머리도 무겁고 몸도 무거웠다. 평소 한숨을 자주 거칠게 내쉬었고, 편두통도 심해서 진통제를 하루에 여러 차례 먹기도 일쑤였다. 프로그램 10회기쯤부터 그녀는 비강호흡을 하게 되었다.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수련하면서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것을 빨리 빨리 알아차리게 되어 습관을 고쳐나가게 된 것이다. 이제는 자고 나면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져서 기분이 상쾌했다. 입 안이 말라서 텁텁한 느낌도 없고, 목의 건조함도 사라졌다. 평소 심했던 편두통도 사라져서 진통제 찾는 일도 없어졌다. 코로 들어온 숨이 머리를 돌아 가슴으로 내려와 항문까지 쑥 내려가는 느낌을 받을 만큼 호흡도 깊어졌다.

많은 변화 가운데 머리가 맑아진 것이 제일 좋았다. 그녀는 맑은 하늘 아래 예쁘게 핀 꽃에 물을 주는 그림으로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표현하였다. 자신을 꽃에 비유하며 마른 땅에 단비 내리듯이, 호흡을 하는 것이 감로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호흡명상을 통해 메말랐던 몸이 시원해졌다고 표현하였다.

프로그램 마지막 회기로 다가갈수록 참가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수련하고 있었다. 노인천사도 아침과 저녁 뿐만 아니라 일상 속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이 명상 수련을 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 멍하니 앉아있지 말고 호흡명상을 하자.’고 생각을 돌려 텔레비전을 끄고 앉아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아, 호흡명상을 하면서 설거지를 해 보자.’고 생각을 돌려 손은 설거지를 하고, 주의집중은 들숨과 날숨으로 향했다. 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멍하지 서 있지 말고 호흡명상을 하자.’고 생각을 일으켜 호흡에 집중하기도 하는 등 일상 속에 틈새 공략으로 호흡명상을 수련하였다.

그녀에게 호흡명상이 매번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마음이 불편해서 호흡명상을 수련해도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불편한 마음을 계속 바라보니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그 답답한 가슴에 집중해서 들숨일 때의 느낌과 날숨일 때의 느낌을 세심하게 지켜보았다. 집중도 잘되지 않고, 100% 편안해지는 건 아니지만, 호흡명상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의 차이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좋지 않을수록 호흡명상을 해야한다고 깊이 경험하게 되었다.

그녀는 요즘 주위에서 얼굴이 전과 다르게 편안해지고, 좋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받고 있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녀는 “요즘 (마음의) 때 빼고 (마음의) 광 내고 있어”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며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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