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 진짜 나를 찾아줘〉에는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 콘트롤 본부에 살고 있는 다섯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제일 먼저 탄생한 기쁨이는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동료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라일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기쁨이, 라일리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소심이, 맛없는 음식이나 나쁜 친구로부터 라일리를 지키는 까칠이, 라일리에게 공정하지 않은 상황을 보면 못 참는 버럭이, 라일리에게 딱히 할 일이 없는 슬픔이.”

라일리의 감정 전반을 관리하는 기쁨이는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우리가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라는 신념을 가지고 라일리의 하루하루가 행복한 기억만으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다섯 캐릭터 중 가장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슬픔이를 원 안에 넣어놓고 금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기쁨이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일리 부모의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슬픔이가 라일리의 기억에 자꾸 손을 대려하고, 감정 콘트롤 본부에 혼란이 오고, 마음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기쁨이라는 긍정적 감정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다섯 감정이 적재적소에서 활발하게 표현될 때 우리는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가 알아차림 명상을 하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거나 긍정적 감정에 집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상관없이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호흡에 머물러서 그 호흡을 지켜보는 동안 감정들이 사라져감을 알아차리고, 마음은 고요해진다.

여기 자신의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 사람의 호흡명상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명상모임은 이름이 아닌 자신이 정한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

‘쟈스민’은 50대 주부이고, 몇 해 전까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마을 리포터 일과 구청에서 봉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검게 그을린 윤기 있는 피부가 알라딘에 나오는 쟈스민 공주를 연상케했다. 그녀는 날씨의 변화에 예민했다. 날이 좀 칙칙하거나 구름이 많이 낀 날이면 날씨와 같은 기분이 되어 우울해지면서 어깨가 무겁게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햇볕이 좋은 날은 반대로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생기면서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또 그녀는 ‘욱’하는 화가 올라오면 몸에 대한 반응과 함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녀에게 대학생 딸과 입대한 아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 화가 올라오면 큰소리부터 쳤다. 가슴은 너무 답답했고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친한 지인으로부터 호흡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개를 받고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시작한 첫날, 그녀는 무의식으로 해 오던 호흡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숨을 쉬어봤던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흡을 달리는 기차와 같다고 느꼈다. 기차가 처음 출발 할 때, 다소 ‘덜컹덜컹’ 달리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차분히 미끄러지듯이 달리다가, 산길이나 곡선 구간일 때 다시 ‘덜컹’ 거리다가 다시 직선구간이 나오면 미끄러지듯이 잘 달리는 것처럼, 호흡에 변화가 있었다고 표현하였다.

3회기 쯤 진행되었을 무렵, 그녀는 자신의 호흡이 거칠고 힘들다고 토로하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자신이 굉장히 짧게 숨을 쉰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의식적으로 깊게 쉬려고 하니, 호흡이 거칠었고 힘들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좌식생활에 익숙해져 평소 잘 하지 않는 가부좌 자세도 불편했고, 다리도 저렸다. 호흡에 집중하려고 애를 쓰다 보니 저절로 긴장이 되어서인지 어깨가 눌리는 느낌으로 무겁고 억지로 앉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듭할수록 편안해 질 줄 알았던 명상은, 하면 할수록 첫날보다 더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포기 하지 않았고, 집에서도 틈틈이 호흡명상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6회기 프로그램에서 드디어 그녀는 호흡과 자세가 자연스럽고 안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중도가 깊어졌다. 명상에 처음 들어갈 때는 호흡의 길이가 짧았지만, 코와 가슴, 그리고 아랫배로 기준점이 점차 내려가면서 호흡도 안정이 되었고, 깊어지면서 집중도도 높아졌다. 또한 어깨 눌림이나 다리 저림 같은 몸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프로그램 12회기쯤 그녀는 자신의 호흡을 원으로 이미지화 시켜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에 맞춰 계속 원을 그리면서 하니까, 잡념이 끼어들지 않아 집중이 잘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오늘 하루/ 행복하게”로 호흡에 이름을 붙이면서 명상을 하니 집중도는 배가 되었다.

한 번은 휴가 나온 아들과 갈등이 생겨 화가 났다. 예전 같으면 큰소리치며, 잔소리를 쏟아내었을 텐데, 화가 났음을 알아차렸고,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호흡명상을 했다. 방금 전까지 활화산 같았던 마음이 어느새 차분해지고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예전 같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도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노력하였다.

쟈스민은 호흡명상을 하면서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도 경험했다. 감기 때문에 콧대 주위가 화끈거리고 아픈 통증이 느껴지며 숨 쉬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그런데 불현듯 아픈 곳에 집중을 해서 호흡명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통증이 있는 콧대 주위에 집중해서 호흡명상을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픈 머리에 집중해서 호흡명상을 했다. 집중할수록 통증 부위가 옮겨 다녔고, 통증을 따라 아픈 부위에 집중하며 호흡명상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냥 누워서 끙끙 앓을 때보다 통증이 감소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진통제를 먹은 효과와 같았다. 호흡도 편안해지고, 몸도 좀 편안해지면서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쟈스민에게 호흡명상은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누워서 5분 정도 호흡명상을 하고 일어나다. 전에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귀찮고, 몸도 찌뿌둥했는데, 호흡명상을 하고 일어나면 잠도 깨고 머리도 맑아져서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일상에서 잠깐 잠깐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명상을 하다가 잡념이 들어 삼천포로 빠지기 전 알아차림이 되어 전보다 빨리 호흡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머리 아플 때, 범람하는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서 힘들 때마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호흡명상을 하게 되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몸도 편안해져서 여러 가지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려고 누웠을 때도 자기 전에 5분 정도 호흡을 한다. 그러면 몸이 이완되면서 전보다 빨리 잠이 들었다. 쟈스민은 생활 속에서 명상을 습관적으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소심이든, 까칠이든, 버럭이든, 그것들이 그녀의 일상 속에 나타나면 그녀는 잠시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원을 그린다.

용진 스님 | 비·채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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