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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소리 그윽한 영산재
2019년 09월 11일 (수) 09:29:54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범패소리와 작법무가 조화로운 영산재는 1973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범패’로 지정되었다. 1987년에는 범패, 장엄, 작법무 등으로 세분화되어 ‘영산재(靈山齋)’로 개칭되면서 다시 지정된, 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재이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인들에게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의미 있는 영산재이지만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영산재를 시연하고 있는 ‘영산재보존회’의 설명에 의하면 “2600년 전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여러 중생(衆生)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을 설하실 때의 그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으로, “영산재는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 함께 부처님의 참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 경지에 이르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고 있다. 한편 동 보존회의 2019년 ‘제31회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재’ 간행물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도량을 시공을 초월하여 본 도량으로 오롯이 옮기고, 영산회상의 제불보살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라며, 영산재의 목적을 부연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같은 단체의 영산재 정의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영산재의 본래 의미와 그 실제 설행 양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재를 바로 알려면 영산재 설행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의 연구 결과와 설행 양상을 토대로 먼저 영산재를 정의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 영산재는 영혼의 명복을 바라며 영취산의 석존을 초청해 모셔 설법을 듣고, 제불보살에게 공양을 올리는 재회(齋會)이다. 그 공덕으로 영혼이 왕생극락을 성취하게 하려는 의미다.

매년 현충일, 봉원사에서 영산재 시연

국가무형문화재는 그 정책에 따라 1년에 1회 이상 시연을 하게 되어 있는데, 영산재는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서울 서대문구 신촌 봉원사 대웅전 앞마당에 특별도량을 설치하고 시연한다. 2019년 올해는 앞에 언급한 행사명으로, 호국영령과 당일 설판재자와 동참재자의 혼령을 위해 영산재가 마련되었다. 공개 시연이지만 공연적인 차원이 아니라, 종교적 의미 그대로 설행되었다.

   
 
   
 

 

 

 

 

 

 

 

 

 

 

 

이날 영산재 진행 양상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시련의식인데, 마당 앞 무대에서, 악사와 어산 및 위의를 갖춘 연을 가지고 일주문 조금 지나 부도전에 마련된 시련소로 나아가서 행해졌다. 시련(侍輦)은 연으로 모셔온다는 의미인데 시련에 모시는 대상은 그날 영산재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부처와 신중을 모셔올 수도 있고, 당일 재장에서 법문을 듣고 천도할 대상을 모실 수도 있다. 먼저 시련을 옹호할 성중을 청하는데 요잡바라로 모신다. 또 차를 권해 올리며 착복하고 춤으로 공양을 찬탄한다. 시련으로 모셔오는 대상은 천도를 받는 혼령인데 영산재에서는 옹호성현과 혼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셔온 이들에게 불전을 향해 삼배를 올리게 한다. 이때 경을 연다는 의미의 ‘기경작법’이라는 의식무가 행해진다.

이어 혼령을 맞이하는 대령의식이 이어진다. 대령은 혼령과 대면한다는 뜻인데, 혼령을 청해 모시는 연유를 아뢰고 혼령들에게 ‘관욕’이라는 목욕의식을 행한다. 목욕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정화의식인데, 이것을 행하는 이유는 번뇌라는 업의 식으로 인해 맑은 마음이 되지 못하면 부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왕과 장상과 고혼의 남녀를 위한 여섯 칸의 욕실이 마련된다. 욕실 안에서 목욕이 이뤄지지만 밖에서 수인법사(대체로 증명법사)는 각 의식의 진언을 수인으로 표하고 법주스님은 범패로 진행한다. 또 목욕을 할 때 관욕바라를 밖에서 울린다. 번뇌가 사라지는 것을 관상하는 바라라고 할 수 있다.

망자의 저승길과 전생 빚을 갚기 위해 저승돈을 만드는 조전의식이나 영산재도량의 옹호를 청하는 신중작법이 행해지고, 영산회상의 부처님을 모시는 괘불이운의식을 행한다. 실제 괘불을 미리 이운해 설치해 놓고 의문(儀文)만 요잡바라로 행한다.

이어 영산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산작법을 행한다. 하지만 영산재보존회의 영산재에서는 식당작법을 먼저 행한다. 식당작법은 재자가 스님들에게 올린 재공을 스님들이 공양하는 의식으로 제50호 영산재보존회에서만 설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산재의 식당작법은 1시간 7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악기소리와 창, 춤 등으로 공양 이전과 이후의 긴 의식의 그 의미를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불가에서 행하는 발우공양의식과 같지만 각각의 소리와 몸짓은 봉원사 영산재만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영산작법에 재승(齋僧)의 식당작법이 더해져 영산재로 온전히 성립되었다.

영산작법은 일체에 두루 계시는 변재삼보(邊在三寶)를 찬탄하며 절하고 귀의하면 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가 소멸될 수 있다고 하는 의식인데, 범패소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찬탄과 귀의의 대상을 밝히는 의식을 마치고 나면 도량을 깨끗이 하고자 관세음보살을 청해 감로수로 도량을 정화한다. 그 뒤에야 비로소 삼보와 사부의 신중을 청하며, 별도로 영산의 석가모니 부처님을 청해 모시고 《법화경》 설법과 법문을 듣게 된다. 이때 법문을 하는 설주이운 의식이 따로 행해지기도 하지만 현재는 여건상 생략하고, 《법화경》 염송 또한 설행하는 곳이 별로 없다. 설법이 끝나고 나면 영산회상의 불보살님께 육법공양을 올린다. 봉원사가 아닌 전통 영산재에서는 이때 식당작법이 행해지게 된다.

   
 

상단의 영산작법과 식당작법 이후에는 운수상단의식을 행하는데, 명부시왕권공이 주 포인트이다. 망자는 칠칠재·백일재·소상재·대상재를 거치면서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게 되는데 왕생극락을 위해 영산재를 설하므로 명부시왕에 대한 권공의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영산재보존회가 행하는 영산재에서는 시간 형편상 시왕권공의식은 생략되고 명부 중단 화청 염불로만 진행되었다. 수륙재에서는 중단이라고 하면 천도(天道)·신도(神道)·명도(冥道)의 천·선·신을 소청하여 권공하지만 영산재의 중단은 명부시왕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상단의 영산 불보살과 중단의 명부시왕에게 권공을 마치고는 당일 설판재자와 동참재자에게 진수(珍羞)를 올리는 시식을 행한다. 당일 소청한 설판재자와 동참재자 및 무주고혼을 위해 비혈식(非血食)의 천신(薦新) 시식으로 올린다. 일반적으로 불교제사의 특징은 새로난 농산물을 바치는 천신을 사용한다는 것과 진리의 법식이 함께 베풀어진다는 데 있다. 불교의 최종 목적은 윤회를 끊고 성불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방의 극락으로 가서 성불을 완성하라고 기원하는데 천식이 끝나면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한다. 장엄염불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 깨달음의 사구게송 한 구절마다 나무아미타불을 동참대중이 제창하는 것이다.

하위 시식을 마치고 나면 하위의 혼령이나 중위의 시왕권속과 상위의 불보살님을 본래 계신 곳으로 돌려보내는 봉송의식을 행한다. 소대로 나아가 재회에 사용된 번이나 지화 등을 불태움으로써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불교의 재회 가운데 가장 성대한 영산재는 재회에 초청하는 불보살, 명부중, 혼령 등도 많고 육도의 중생들도 초청하여 재회를 베푼다. 사성육범(四聖六凡)의 재에 진수성찬과 법식을 올리며, 범패와 작법무 등으로 장엄하게 펼친다.

화려한 설단, 최고의 불교음악과 무용이 어우러지므로 영산재는 재회의 규모가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한 정성이 아니고는 영산재로 49재를 봉행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영산재가 49재 의식으로 사용되지 못하다 보니, 특별한 의식으로 인식하며 특별하게 설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최고의 범패와 춤이 행해지고 육도중생이 깨달음을 얻는 영산재는 이제 대중 앞으로 다가가야 한다. 49재 의식에는 활용이 되지 않더라도 불교무형문화의 요소를 최대한 살려 대중들이 최고의 불교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새롭게 탄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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