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안 할리팩스 지음| 이성동·김정숙 옮김 | 민족사 펴냄| 1만 5500원

죽음의 순간에 시인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은 “아름다워”, 찰스 다윈은 “난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다!”, 토머스 에디슨은 “저쪽은 정말 아름다워.”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게 죽는다면 죽는 본인과 이를 지켜보는 이 모두, 편안한 죽음을 목도했을 것이다. 편안한 죽음에 대한 바람은 모든 이들에게 숙제이다.

이 책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마이애미 의과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선승이자 의료인류학자인 저자 조안 할리팩스가 50여년 간 임종 현장에서 전문 돌봄 집단과 가족들에게 가르쳐 왔던 내용에 바탕을 두었다. 한마디로 죽음에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명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조안은 “연민과 지혜로 죽어가는 이를 대하라”고 말한다. 설사 “그런 인간의 미덕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전 받는다” 하더라도 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그가 자신을 포함한 임종에 직면한 사람, 비탄에 잠겨 있는 사람, 그리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으로 삼는 것은 △알지 못한다는 것(not-knowing)을 알기, △가만히 지켜보기(bearing witness), △연민에 가득 찬 행동(compassionate action), 이 세 가지다.

먼저 ‘알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타자와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열려 있으라는 뜻이다. 죽음을 ‘지도에 없는 땅’으로 부르며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지존의 지식, 고정관념 등으로 죽음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다음 ‘가만히 지켜보기’는 죽음으로 가는 문턱을 넘어설 때의 지침이다. 자신을 현실에 맡기도, 죽음의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잘 죽어야 된다는 생각조차 포기하고 충분히 알아차리는 것, 이 과정에서 ‘자기’를 넘어서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연민에 가득 찬 행동’은 죽음과 직접 맞닥뜨린 후 남은 사람에 대한 조언이다. 상실을 겪은 이들이, 인내와 경의를 갖고 슬픔을 껴안지만 슬픔에 삼켜지지 않고, 슬픔과의 건전한 관계를 발견할 때 비통함은 겸허·친절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한다. 요컨대 우리가 타자와 자신을 괴로움에서 구하기 위해 헌신적인 태도로 이 세상과 함께 하자는 요구이다.

조안은 이 세 가지 방법의 수행을 부여잡고 “삶과 죽음이라는 두려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죽음의 문제를 수행의 기회로 삼으라고 부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