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더운 아시아 지방이 원산지인 다육질 열매채소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 덕분에 계절에 관계없이 겨울철에도 즐길 수 있는 여름 채소다. 어릴 적에 아이들 키만큼 큰 가지의 줄기에 보랏빛 가지가 매달려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걸 보노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따 먹고 싶은 유혹에도 시달렸다. 몰래 따서 한 입 푹 깨물면 아릿한 맛이 제법 입맛을 돋우었다. 이렇게 가끔 한 입씩 베어 먹다가 어머니께 들키면 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해주시는 가지 반찬은 달랐다. 밥이 다 될 무렵, 마지막에 밥 위에 펴서 물렁해진 가지를 젓가락으로 쭉쭉 찢어서 간장에 무쳐 주었는데, 그 맛이 아이의 입맛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어머니는 여름 내내, 가지 줄기가 마를 때까지, 매일 밥상에 가지 반찬을 올렸다. 가지냉국이며, 가지미역국, 가지장아찌, 가지조림, 가지고추장볶음, 가지와 풋고추를 썰어 넣은 부침개 등등….

어머니가 여름만 되면 날마다 이렇게 가지요리를 질리도록 시리즈로 해주던 것이 무척 불만이었다. 하지만 내가 백발의 나이가 되니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어머니의 가지 반찬이 그립고, 투정이나 부리던 그 시절이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가지의 맛과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즐겨 먹는 일은 영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값 싸고 몸에 좋은 식재료

《본초강목》에서 “가지는 나쁜 피를 없애주고 종기를 사라지게 하며 대장을 좋게 한다”라고 했다. 가지의 보랏빛 색소에는 ‘안토시아닌’ 계동인 ‘나스닌(자주색)’과 ‘히아신(적갈색)’이 있는데, 이 성분들은 지방을 흡수하고 현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며 피를 맑게 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지에는 버섯 중독, 티눈, 사마귀를 치료하는 효능과 해열기능도 있다. 또 가지 꼭지 말린 것은 맹장염이나 파상풍 치료 효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침, 천식, 호흡기 환자는 가지가 몸을 차게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가지는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특효제다. 가지가 대장의 노폐물인 콜레스테롤을 흡수 배출시켜 복부 지방을 낮추기 때문에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좋은 다이어트 식품이다. 장기적으로는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지에 들어 있는 성분 중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암 물질, 인삼에 많은 사포닌 성분도 다량 들어 있고, 알레르기 방지, 항산화작용, 진통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굴에 기미가 있는 사람은 날 가지를 잘라 자주 문지르면 기미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구내염이 있을 때 가지를 말려서 약탕에 물 다섯 컵을 넣고 두 컵이 될 때까지 보라색 차로 다려서 소금을 타서 하루 세 번 양치질을 하면 치료 된다. 가지를 꾸준히 먹으면 고지혈증도 개선되고 어지럼증도 나아진다고 하니, 값도 싸고 열량도 낮은 가지야말로 여름 보양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중국을 여행할 때, 채식만 하는 나는 푸짐한 육식 식단에서 채소 종류만 골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가지와 토마토를 함께 싱겁게 볶아 식탁에 올리는 식당이 많아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값이 싸고 몸에도 좋은 가지가 식단에 자주 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라색 가지에 붉고 노랗고 초록색의 고명을 끼워 넣는 화려한, 그렇지만 어렵지 않은 가지선을 소개한다.

가지선

재료 가지 2개, 빨강 파프리카 1/2개, 노랑 파프리카 1/2개,

피망 1/2개, 된장 1큰술, 고추기름 2큰술, 조청 2큰술, 참기름 1작은술, 천일염

1. 싱싱한 가지를 준비한다. 자줏빛이 짙을수록 싱싱하다.

2. 가지를 씻어서 길이를 세 등분해서 자른다.

3. 한 토막을 반으로 갈라서, 등에 칼집을 3회씩 넣고 소금에 살짝 절여 둔다.

4. 파프리카는 3~4센티미터 길이로 잘라 네 겹으로 얇게 저며 곱게 채 썬다.

5. 피망도 두 번 저며서 채를 썰어 각각 소금에 살짝 절인다.(20분 정도)

6. 절여 둔 가지를 행주에 꼭꼭 눌러 짠다.

7, 파프리카와 피망도 각각 물기를 짠다.

8. 파프리카와 피망은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서 식힌다.

9. 가지는 물기를 짜서 된장과 고추기름을 넣고 미리 버무려서 뜨거운 팬에 너무 무르지 않게 볶아서 식힌다.

10. 식힌 가지에 볶은 피망과 파프리카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칼집 사이에 밀어 넣어 색깔을 맞추어 놓는다.

11. 색을 나란히 맞춰서 접시에 담아낸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