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극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순히 역사 왜곡을 지적하는 문제에서 나아가 개신교계에서 종교성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재)선학원 중앙선원(분원장 한북)은 2일 오후 2시 25분 서울극장에서 영화 〈나랏말싸미〉 단체관람을 했다.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날씨에 40여 명의 신도들이 참여했다.

중앙선원 분원장 한북 스님은 단체관람에 대해 “타종교의 적극적 개입으로 전망이 밝던 영화가 갑자기 상영관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초하루법회에서 즉흥적으로 단체관람을 제안해 다음날 관람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글창제의 역사에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 해례 간행 이후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등을 통해 훈민정음 보급에 앞장섰던 현존하는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 영화가 제작됐다. 한마디로 말해 세종대왕과 신미스님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영화 관람을 마친 불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보현성 보살은 영화적 상상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하는 의견에 반대했다. 그는 “지난 토요일에 밤에 극장에서 이미 봤는데 주말상영인데도 고작 관객이 13명이더라”라며 실제 영화가 상영관에서 내려지고 있다고 염려했다. 또 “영화라는 게 하나의 점을 찍고 거기에 살을 붙여 예술로 승화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큐멘터리가 아닌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83세의 연등화 보살은 신미 스님보다는 세종대왕의 노고에 주목했다. 그는 “세종대왕이 너무 훌륭하다”라며 “그런 노력이 없었고, 우리나라에 한글이라는 언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어느 기사에 보니까 영화가 별로 재미없다는 듯 썼던데, 나는 너무 감동적으로 봤다”며 “기회를 준 주지스님께 고맙다”고 했다.

74세 보덕화 보살은 신미 스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만 알고 있던 한글을 신미스님이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학설을 처음 들었다”라며 “만약 그렇다면 불자로서 엄청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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