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긴 27명의 대종사와 3명의 명사. 아이처럼 맑은 얼굴과 고운 목소리로 산다. 새벽 두, 세시면 일어나 예불로 하루를 열고, 참선과 공부를 놓지 않는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불법을 좇아 출가한 이후 하루도 쉼 없는 정진이었다. 수행 열정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 시절과 다르지 않다.
조계종 법전 종정 대종사는 “벼랑 끝에서 손을 놓아 버릴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대종사 스님들의 수행의 원칙이 묻어 있다. 한 겨울 닷 되의 쌀이 떨어지기 전에 공부를 마치던가, 죽겠다는 일념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한다. ‘절구통 수좌’란 별칭에서 우리는 왜 대종사 스님들을 존경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널빤지에 못을 박아 앞세 세워두고 잠을 자지도, 눕지도 않고 용맹정진한 종산 대종사, 한 겨울 맨발로 눈길을 걸어 출가하기 위해 수덕사를 찾은 설정 대종사, 탑골공원에서 거지들을 상대로 매일 법문한 무진장 대종사. 대종사 스님들이 털어 놓은 출가의 길과 수행의 길은 ‘치열’했다. 이런 치열함에서 우리사회의 정진적 지주로, 표상으로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깨달음을 위해 80평생을 살아온 대종사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진리를 전하기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사는 그분들의 삶에서 우리는 감로수 같은 맑음을 만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사는 것, 밝은 마음으로 사는 것, 일체 생명이 존엄하다는 자각이 중요하다는 말씀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그 이상의 것이 없다는 뻔한 말들이 우리에게 감로수가 되는 것은 그분들의 치열한 삶과 그 실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불교기자협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29명의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 ‘대종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한국의 대종사들》은 대종사들을 만나러 간 기자들이 “뭐하러 왔냐”는 핀잔과 “할 말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언론 노출을 꺼리는 면박에도 조심스럽게 어른들에게 묻고 듣기를 거듭한 결과물이다. “기왕 왔으니 차나 한잔하라”는 어른 스님들의 배려에 기자들은 ‘글’로 보답했다.
《한국의·대종사들》에는 법전·종산·밀운·지종성수·도견·보성·원명·도문·지관·초우·고산·혜정·원명·활안·진제·혜정·명선·무진장·월서·혜승·정무·현해·고우·법흥·설정·대종사·등 조계종의 대종사 스님들과 조계종 비구니계의 대종사격인 명사 스님인 광우·묘엄·명성·스님, 태고종의 대종사 혜초·종정·스님까지 모두 30인의 수행과 삶을 정리했다. 한 개인이 나서서 하기 어려운 일을 불기협이 했다.
한국불교기자협회/조계종 출판사/18,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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