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법요식 후 아기부처님을 관불하고 있다.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5월 12일 오전 서울 중앙선원과 정법사 등 전국 분원과 포교원에서 봉행됐다.

서울 정법사(분원장 법진,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는 오전 11시 대웅전에서 봉축 법요식을 봉행했다.

법진 스님은 봉축 법문에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출현하심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증득하신 후 ‘사람이 부처이다〔一切衆生 悉有佛性〕’라고 크게 외치셨다”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통해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이 다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우리는 부처님의 탄생을 경하하고 우리 마음속에 부처님인 불성을 환히 밝히고자 지혜의 등, 광명의 등을 높이 든다”고 지적하며, “오늘 우리가 밝히는 연등(燃燈)과 함께 지혜의 법등(法燈)도 환히 밝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끝으로 “오늘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올리는 이 연등이 우리의 무명을 밝히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온갖 어두움을 환히 밝히며, 소외받는 모든 이에게 부처님의 광명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법요식에 참석한 500여 명의 불자들은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불전에 꽃을 공양한 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발원했다.

김상육 영산회 회원이 대표로 낭독한 발원문에서 동참 불자들은 “소외된 이웃, 편견과 차별로 아파하는 중생,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모든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며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법요식 후 동참 불자들은 이사장 법진 스님을 선두로 차례로 아기부처님을 씻겨 드리는 관불의식을 봉행하며, 부처님이 이땅에 오심을 찬탄했다.

12시 40분부터는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봉축 문화공연이 무설전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마당놀이를 대표하는 배우 김종엽 씨가 엄선한 국악공연으로 구성되는 정법사 봉축 음악회는 각 분야 명인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선보이는 수준 높은 공연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여성 3인조 국악창작그룹 뮤르가 재즈풍의 창작국악곡과 피아졸라의 리베르트 탱고, 신고산타령, 법고 등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허새롬 씨는 생황으로 브라질 작곡가 피아졸라의 리베르트 탱고를 연주해 갈채를 받았으며, 송니은 씨는 법고를 연주해 봉축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뮤르의 공연에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보유단체인 봉산탈춤보존회가 봉산탈춤을 선보였다. 봉산탈춤보존회는 봉산탈춤 전 7과장 중 △사상좌(四上佐)춤 △목승춤 △미알영감춤 △사자춤을 공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 정법사 봉축 법요식.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법문하고 있다.

▲ 정법사 봉축음악회에서 봉산탈춤보존회가 봉산탈춤을 공연하고 있다.

▲ 정법사 봉축 음악회에서 국악창작그룹 뮤즈가 공연하고 있다.

▲ 중앙선원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불자가 아기부처님을 관불하고 있다.

▲ 중앙선원 봉축음악회에서 금현국악원 단원이 승무를 공연하고 있다.

▲ 중앙선원 봉축음악회 판소리 공연.

서울 중앙선원(분원장 한북)도 오전 11시부터 봉축 법요식을 봉행했다.

중앙선원 법요식은 삼귀의례, 반야심경, 육법공양, 권공례, 봉행사, 봉축설법, 경전봉독, 봉축발원문, 장학금 전달, 사홍서원의 순서로 진행됐다.

신도를 대표해 봉행사를 한 임근동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중앙선원 신도로서의 자긍심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선학원은 일제 강점기 때 만해 스님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도량이고, 왜색불교로 오염되었던 절집을 정화하여 청정승단을 만들었던 정화불사의 근거지”라며 “민족불교의 요람이요, 정화불교의 산실”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중앙선원은 크기는 비록 작지만 어느 큰절도 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가람이었다”며, “한국불교의 종가(宗家)이자 역대 큰스님들을 배출한 대도량인 중앙선원을 원찰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자긍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자신도 “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북 스님은 봉축설법에서 중생이 고통스러운 원인과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부처님이 오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북 스님은 고통의 원인으로 “잘못된 견해와 왜곡된 사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인해 이기적 욕망이 생기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증오하고 미워한다”면서 “스스로 고통의 원인을 만들고 스스로 고통을 당할 뿐 아니라 남도 불행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부처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이기심과 증오,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자비를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덧붙여 “다툼, 증오, 대립, 분열이 없고 오로지 자비와 평화만 넘치는 세상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루고자 했던 불국토”라며, “부처님을 믿고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완전한 행복,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원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봉축 음악회가 열렸다. 오후 2시부터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지하 3층 만해홀에서 열린 봉축 음악회에는 중앙선원과 이웃한 금현국악원 단원들이 출연해 전통놀이마당을 펼쳤다.

놀이마당은 1부 전통국악공연과 2부 대중공연으로 꾸며졌다. 1부에서는 △대금 청성곡 연주(원완철) △판소리 춘향가(장수현) △시나위 합주(대금, 거문고, 아쟁, 장구), 흥타령(장수현), 살풀이(연정안) △승무(연정안) 등 전통국악곡을 선보였다.

2부에서는 북 난타와 장구 난타의 타악연주를 시작으로 월드컵응원가, 트로트곡 ‘내 나이가 어때서’ 등 신나는 대중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2부는 경기민요 ‘청춘가’와 ‘탑돌이’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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