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지은원(知恩院) 소장 <오백나한도>(188×121.4cm, 왼쪽)와 오백나한도 목판화(186.5×120.5cm)

가장 아름다운 오백나한도로 알려진, 일본 지은원(知恩院) 소장 <오백나한도>를 모사한 목판화 작품이 대중 앞에 선을 보인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 이하 고판화박물관)은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나한의 세계’ 특별전을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강원문화재단의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열리게 됐다.

전시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의 불화판화 중 나한과 관련한 작품을 비롯해 나한 삽화가 들어있는 고서와 삽화를 찍었던 판목 2점을 포함한 70여 점이 전시된다.

중국 당대의 유명화가 관휴가 그린 <16나한도>가 항주 성인사의 탑비에 새겨져 있는데 이를 탁본해 만든 병풍, 티베트의 유명 화사인 당납택왕이 그린 덕격인경원 소장 <16나한고사도>의 목판화, 그리고 일본의 다양한 오백나한도 판화를 비롯하여 채색된 <16나한도> 판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된 한국 목판 나한작품은 정희대왕대비가 발원해 조성한 《법화경》 <변상도>와 《석씨원류》의 삽화 등이다.

동아시아 국가의 나한 판화작품이 많이 남아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이유로 한선학 관장은 “판화가 대중예술이라 사찰이 아닌 개인이 소장”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조선시대에는 공덕경으로 경전류를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불화 목판화 대부분이 책의 삽화로 남아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출품작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본 정토종 본산 지온인이 소장한 고려불화 <오백나한도>를 모본으로 19세기 일본에서 목판으로 판각한 대형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선학 관장이 3년 전 야후옥션을 통해 구입했는데, 3폭짜리 대형판화라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이번 나한전을 위해 표구 장정을 하면서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된 후 자료를 찾아보다 일본 지은원 소장 <오백나한도>와 아주 유사한 작품임을 알게 됐다. 

지은원 <오백나한도>는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산수를 배경으로 화면의 중앙에는 석가모니삼존좌상이 있고 2cm정도의 작은 나한들이 제각기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4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은원 <오백나한도>는 크기가 188×121.4cm이고 모사한 판화작품은 19세기 에도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크기는 원본과 비슷한 186.5×120.5cm이다.

한선학 관장은 판화이기 때문에 인출본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에게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고, 그들로부터 “희귀한 작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한 관장은 “각국의 소유권 문제로 국가 간의 전시 교류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고려불화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때, 원본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목판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며 “고려불화의 밑그림 초를 대신해줄 수 있어 고려불화 연구자나 불화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관장은 덧붙여 티베트의  <16나한고사도> 16장 세트도 한국에서는 최초로 소개 되는 것이므로 불화 밑그림인 '불화초'로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물관 측은 나한특별전의 체험프로그램으로 특별전 기간 동안 1박 2일의 문화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033)76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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