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성류굴에서 발견된 “정원 14년 범렴이 왔다 간다〔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는 내용의 명문. <사진=문화재청>

“정원 14년 범렴이 왔다 간다〔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

역사의 흐름 속으로 사라진 통일신라 시대 스님이 1200여 년 세월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정원(貞元)’은 당 덕종(재위 780~805)의 연호 중 하나로 정원 14년은 신라 원성왕 14년(798)이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3월 21일 내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려고 성류굴에 들어갔던 울진군 관계자가 삼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 조선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각석 명문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4월 11일 밝혔다.

범렴 스님이 새긴 명문은 다른 명문과 함께 성류굴 입구에서 230여 m 안쪽에 있는 종유석에서 발견됐다. 종유석에는 범렴 스님이 새긴 명문 외에 ‘신유년(辛酉年)’, ‘경진년(庚辰年)’ 등 새긴 시기를 알 수 있는 명문 여러 개와 통일신라 시대 관직명인 ‘병부사(兵府使)’, 화랑 이름인 ‘임랑(林郎)’과 ‘공랑(共郞)’, 조선 시대 울진 현령이었던 ‘이복연(李復淵)’ 등 명문 30여 개가 함께 새겨져 있다. 명문 크기는 다양하며, 서체는 대부분 해서체이다.

문화재청은 법명과 화랑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성류굴이 스님과 화랑이 찾는 명승지, 또는 수련 장소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일부 해서체가 법흥왕 11년(524)에 세워진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와 같고, 모래시계 모양의 ‘다섯 오(⧖)’ 자도 발견돼 서예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에 발견된 명문 중 ‘장천(長川)’이 울진 왕피천의 옛 이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고대사 자료가 적은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명문은 화랑제도와 신라 정치‧사회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라며, “각석 명문 실측과 탁본, 기록화 작업 등 학술조사와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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