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돈만 넉넉하면 이렇게 살기 좋은 시절이 지구 역사상에 또 있을까?

비행기 타고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사시사철 과일이며 생선이며 다 먹을 수 있고, 원하는 사람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할 수 있고, 모든 정보를 집안에서 다 훑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좋은 세상에 욕심나는 게 있다면 물질이 좀 더 풍요했으면 좋겠고, 몸이 건강해서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예전에 진시황은 중국을 다 통일하고 나자 죽기가 싫어졌다. 세상이 어떠하든 일단 오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방방곡곡으로 사람들을 보냈다. 그러나 결국 불로장생약을 구하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부귀한 사람이 아니어도 당장 아픈 것이 싫고 죽는 건 더 싫다. 따라서 늘 건강해지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희망일 것이다.

한 번씩 유행한 건강식품이 있다. 홍삼, 헛개나무, 인진쑥, 야관문, 산수유, 녹용, 경옥고, 공진단, 차가버섯, 개똥쑥, 삼백초, 하수오, 옻, 해구신, 노니주스, 유황, 프로폴리스, 키토산, 글루코사민, 후쿠이단, 달맞이유, 블루베리 등 한 번쯤 복용해 보았거나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 없이 한때 빛났다가 사라져갔다.

위의 건강식품들이 몸에 좋기는 할 것이다. 한두 번은 극적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좋을 수는 없다.

절대적 효과가 있는 약재가 하나만 발견된다면, 이건 혁명이다. 즉 천국의 문이 열린 것과 같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어서 확고 불변의 진리를 찾아서 학문하고 실험을 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아직 확정적 진리는 진행형에 있다.

이는 이른바 ‘맛집’과도 같다. 모든 사람이 맛있어하는 요리는 없다. 먹는 사람의 상황이나 먹을 대의 조건, 식자재의 신선함, 그리고 요리사의 컨디션에 따라서 맛도 다양하게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는 특급호텔의 식당 요리보다 고향 집 어머니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이 가슴에 사무칠 때도 있다. 그리고 등산 가서 산 정상에서 먹었던 컵라면이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이걸 동양학에서는 ‘시중(時中)’이라고 한다. 그 상황에 따라서 정답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 정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다. 즉 주체나 대상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답도 정확할 수 있다.

여름철과 가을에 다양한 보양식과 보약을 준비하는 선인의 지혜는 좋다. 여름나기와 겨울나기를 잘해서 큰 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지혜다.

하지만 남이 좋다고 해서 혹은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기보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아픈지, 왜 아픈지 고민해서 답을 찾는 노력이 먼저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몸이 아프다고 몸만 아프겠는가? 마음이 원인일 수도 있다. 지금 아프다고 지금만 아프겠는가? 과거가 원인이 돼 지금 아프거나 지금의 원인으로 미래에 아플 수도 있다. 내 몸 아프다고 내 몸만 아프겠는가? 주변 사람 때문에 내가 아플 수도 있고 혹은 나 때문에 가족이나 남이 아플 수도 있다. 아프다고 잘 먹으면 되겠는가? 먹는 게 병이 될 수도 있고 막혀서 병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늘 자신을 돌아보고 그에 맞는 답을 찾아가는 ‘시중’의 지혜가 보약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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