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첫 출발 … 연구자 대폭 증가

 

한국에서 심리학 및 정신치료가 불교와 만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단초가 된 게 바로 1974년 출간된 이동식의 『한국인의 주체성과 도』와 『노이로제의 이해와 치료』다. 그는 이들 저술을 통해 불교의 인식론과 심리학 연구의 유사성 및 수도과정과 정신분석치료과정의 특징을 비교 고찰함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선(禪)의 핵심사상인 ‘내 마음이 부처임을 단박 깨달으면 진리를 증득할 수 있다(直指人心 見性成佛)’는 사상이 현대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와 직결된다는 주장은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후 『현대인의 정신건강』(1985), 『현대인과 스트레스』(1991) 등 저술에서는 심신불이(心身不二),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관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동식과 함께 이 분야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 있다면 단연 이죽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불교 이론과 서양심리학(혹은 정신치료) 간의 관계를 연구한 대표적인 신경정신과 교수로 선과 유식사상에서 서양심리학 및 정신치료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또 최근에는 『융심리학과 동양사상』(2005)라는 저술을 통해 원효의 사상이 현대 정신치료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창용의 연구업적도 두드러진다. 특히 그는 이론뿐 아니라 실제 자신이 직접 수행을 하면서 이를 체계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신과의의 참선경험」(1974) 「참선의 심리학적 의의」(1981) 등 논문을 잇달아 발표함으로 그는 화두참구의 방법과 의의, 현상 등을 고찰한 뒤 참선이 감정의 세부동요를 줄어들게 하고 평온한 마음이 증대토록 하는 탁월한 심리치료기능이 있음을 밝혔다.
이광준의 일련의 논문과 저술들도 주목할 만하다. 석사학위 논문인 「선(禪)과 상담에 관한 비교연구」(고려대, 1974)에서 일찌감치 선사상을 상담치료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그는 선은 그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심리치료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원만한 인격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어 「카운셀링에 있어서의 선심리학적 연구」(日·驅澤大, 1991), 『정신분석 해체와 선심리학』에서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선심리학적 카운셀링의 이론 구축과 실제적인 활용을 위한 방법론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윤호균은 불교이론을 치료에 직접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불교의 연기론과 상담」(1999) 등을 비롯한 일련의 논문에서 그는 치료 과정에서 선어록을 적절히 구사할 경우 대단히 큰 효과가 있음을 임상결과 밝히는 등 이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권석만은 「인지치료의 관점에서 본 불교」(1997), 「불교수행법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1998) 등에서 불교수행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묘주, 인경, 서광 스님, 박병탁, 강석헌, 이정국, 전현수, 최훈동 등 연구자와 전문의 등이 있으며, 이중 최훈동은 「불교의 무아사상에 대한 신경정신의학적 고찰」(2004) 등 위파사나의 수행체계와 정신치료와의 관계에 대해 규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서구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활발하다. 1960년대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허버트 벤슨 교수는 수행자 3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명상을 하면 산소 소비량이 17% 줄고, 심박수는 분당 3차례로 느려지고, 세타파가 활성화되는 등 심신이 이완되는 반응이 나타남을 밝혔다.
70년대에도 하버드대 그레그 자콥 교수는 수행을 하면 뇌 부위 가운데 외부의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머리 앞부분 전두엽이 비활성화될 뿐 아니라 시간 및 공간 감각을 처리하는 머리 윗부분의 두정엽도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 90년대에는 위스콘신대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는 연구를 통해 수행은 왼쪽 전전두 피질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음을 규명해 관심을 모았다.
수행에 대한 이런 연구결과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미국 의사들은 심장병, 에이즈, 암 등과 같은 만성적이고 난치성 질병의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할 수 있으며, 범죄성향을 줄이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이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은 “수행은 정신질환 치유에 있어 약물요법이 보완할 수 있는 대체요법으로서의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깊이 관하고 욕망에 끄달리지 않도록 하는 불교수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학적인 효용가치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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