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 덧없는 허망함을 멀리하지 못해 사리에 어둡게 되니, 이로 인해 원하는 바가 있게 된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원망하거나 친밀이 있게 되어, 미워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게 된다. 그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칼을 쥐고 서로 맞선다든가, 소송으로 싸운다든지, 아첨한다거나 진실치 못한 말을 하는 등의 여러 악행을 행하게 되는 것이니라. - 《제석소문경(帝釋所問經)》

565. 부처님께서 아일보살(阿逸菩薩)에게 세간의 다섯 가지 악(惡)에 대해 설명하셨다.

“첫 번째 악이란 이러하다. 세간의 중생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온갖 악을 짓는 것이니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누르고 해치면서 서로 상하게 하거나 죽여 잡아먹을 뿐, 선을 닦지 않고 악한 짓만 행하다 결국 좋지 않은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악이란 이러하다. 세상의 제왕과 관직을 가진 이와 백성들, 그리고 아비와 아들, 형제, 가족, 부부가 세상 이치를 잘 몰라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안 따르고 사치와 교만에 치우쳐 각자 제멋대로 굴며 서로 속여 가더니 결국 죽음의 이치마저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떠드는 소리와 마음은 제각기 달라 말과 생각이 헛되며, 마음은 곧지 못해 충실하지 못하고 아첨하느라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고서 행실은 단정치 못해 서로 질투하고 모략을 일삼아 삿됨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신하는 자신의 임금을 속이고 아들은 자기 아버지를 속이며 아우는 제 형을 속이고 지어미는 남편을 속인다. 집안의 안팎에 걸쳐 지인들끼리 서로 악행을 돕느라 탐심을 각자 품어서 주인과 노비, 윗사람과 아랫사람,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가 제각기 자신의 향락만을 쫓다가 가정이 파괴되고 몸을 망치게 된다. 앞뒤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재물을 놓고서 서로 다툼을 일삼다 결국 성을 내어 원수가 되고 결판을 내고자 다투며, 인색한 부자는 재물 모으는 것에만 몰두하며 남에게 베푸는 것 없어 악행을 계속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일으켜 심신을 애태우니, 그 재앙과 벌로 목숨을 재촉하게 된다.

세 번째 악이란 이러하다. 세상 사람은 몸을 의탁하여 살아가는 바, 천지 사이에 서로 의지하며 살거니와 그 목숨도 또한 얼마 되지 아니하다. 사람 가운데 고귀한 이가 있기도 하고 현명한 이가 있고, 천박하고 어리석은 자 역시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가운데 좋지 않은 이가 있는데, 오로지 악행만을 생각하여 심신이 올바르지 않고 음탕한 일만 늘 생각하여 그 마음에 번거로움이 가득하며, 애욕은 얽히어 자신이 앉고 일어섬에 있어서도 불안하며, 탐심이 강해 인색하기까지 하다. 모여서 악행을 행하고 군사를 도모하며 침략자가 되어 성을 침략하여 다른 이를 죽여 몸을 자르며 이치에 어긋나게 남의 재물을 강제로 취한다. 제멋대로 다른 이의 부인과 간통하고 관리의 법령마저 두려워하지 않아 거리낌이 없다. 이런 악행들은 하늘의 태양과 달이 지켜보고 아뢰야식(阿賴耶識, 잃어버릴 수 없는 중생의 근본 심식)에 그 업이 기록되어 윤회의 길을 고통스럽게 떠돌며 여러 겁 다하도록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네 번째 악이란 이러하다. 악인들은 선을 행하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 망쳐가며 갖가지 악을 서로 가르치며 함께 지으며 꾸며대는 말을 일삼는다. 오로지 남을 중상하는 말, 거친 말, 욕설, 거짓말을 하여 서로 질투하고 다투면서 착하고 어진 이를 도리어 미워한다. 부모를 효도로써 봉양하지 아니하고 스승을 얕보고 친구에게는 신의가 없어서 성실치 못한다. 제 스스로 존귀하고 도가 있다고 말하거나 위엄을 부려가며 횡행하고 세력을 휘둘러가면서 착하고 어진 이를 꺾으며 제 스스로는 악행을 하는지 알지 못해 부끄러움마저 모른다. 스스로 권세의 누림이 강성하여서 사람들이 두려하고 무서워하게끔 하여 따르게 하고 심지어 두려움도 없으니, 결국 재앙이 그를 끌어간다.

다섯 번째 악이란 이러하다. 살아가며 수행에 게을러 선근(善根)을 쌓으려 하지 아니하고, 살림을 생각지 아니하여 부인과 자식이 굶주림과 추위에 고생하게 한다. 부모마저 그러하게 만들기에 그 부모가 자식을 꾸짖어 교화하려 하나, 도리어 자식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째려보고 성난 말로 대들면서 부모의 뜻을 어겨 반항하며 원수같이 된다. 제멋대로 놀아나 법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음식에 절제 없고 술을 마시면서 별미를 즐기다가 출입에 절도가 없어 당돌하니, 의(義)도 없고 예(禮)도 없어서 온갖 악을 짓는 일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다섯 가지 대악(太惡)이다.” - 《무량청정평등각경(無量淸淨平等覺經)》

566. 거사(居士)의 아들아, 여섯 종류의 집착이 있기에 재물을 없애고 나쁜 길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니 그 여섯은 다음과 같으니라. 첫째는 술을 즐겨서 놀아나는 것이요, 둘째는 때 없이 남의 방에 드나드는 것이며, 셋째는 도박에 빠져 놀아나는 것이고, 넷째는 음악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이며, 여섯째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니라. - 《선생자경(善生子經)》

567. 열 가지 나쁜 업이 있으니, 첫째는 살생의 업이요, 둘째는 도둑질의 업이며, 셋째는 삿된 음행의 업이고, 넷째는 거짓말의 업이요, 다섯째는 이간질의 업이며, 여섯째는 험담의 업이고, 일곱째는 꾸며대는 말의 업이요, 여덟째는 탐욕의 업이며, 아홉째는 성냄의 업이고, 열째는 어리석음의 업이니라. - 《수십선계경(受十善戒經)》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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