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이문옥 밝은사회상을 수상한 김기홍 복지사와 내부제보실천운동 새 상임공동대표인 보도지침 주역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의구현에 앞장선 공익제보자들을 치하하는 시상식이 지난해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내부제보실천운동(상임공동대표 김주언, 박헌영, 송병춘)은 8일 저녁 7시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 기룬에서 ‘제2회 이문옥 밝은사회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문옥 밝은사회상은 20여 년 전감사원의 감사 비리를 밝히려다 억울하게 감옥살이까지 한 이문옥 전 감사관의 행적을 기리고 우리 사회의 밝음을 찾기 위한 공익제보를 발굴해 널리 알리기 위해 2017년 처음 제정된 상이다. 이문옥 전 감사관은 전국불교운동연합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다.

올해 이문옥 밝은사회상에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마천복지관의 내부비리를 고발한 김기홍 사회복지사와 서울미술고등학교 회계부정 문제를 제보한 정미현 교사,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 외압 및 정치인 개입 문제를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선정됐다. 특히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폭로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고 장자연 씨를 특별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2012년~2013년 공개채용 때 최종 합격한 518명 중 무려 493명이 전·현직 유력 정치인 등의 청탁이 드러난 박근혜 정부 시절 최대의 채용비리 사건이다. 하지만 2016년 검찰은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등 임직원 일부만 불구속 기소해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안미현 검사는 해당 지검장 등 검찰 윗선으로부터 해당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들을 전부 빼달라는 등 법원에 제출된 증거목록 철회, 수사종결 등의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이 사건은 최근 최홍집 전 사장이 직접 해당 정치인들에게 청탁을 받았고 자신의 출마를 위해 뇌물을 상납했다고 진술해 안미현 검사의 주장이 진실에 접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안 검사의 행동이야말로 상명하복 검사동일체에 균열을 내고 불의한 침묵의 카르텔을 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미현 교사는 서울미술고등학교가 법적 근거조차 없이 세 배 이상 등록금을 부당하게 수령해왔다는 사실을 비롯해 회계부정을 고발해 교육청 감사 결과 이사장과 교장 등 중징계 및 시정조치가 이루어졌으며 감사원 감사 결정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익제보 후 두 차례나 파면을 당하는 등 오히려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사학비리에 맞서 치열하게 맞서 투쟁하고 있다.

김기홍 복지사는 2017년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 근무할 당시, 퇴사한 직원이 당시 관장의 횡령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함에 복지관 및 사회복지재단 측으로부터 온갖 회유와 압력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복지관 관장의 사직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위탁 포기를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산별노조에 가입해 지속적으로 내부의 인권침해, 종교 강요, 임금 체불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2017년 9월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노동인권 침해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자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설정 원장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제기해 이 사건이 검찰에 계류 중이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폐쇄적인 분위기로 인해 내부의 부조리가 밖으로 알려지기 힘든 상황임에도 현직 신분으로 내부 공익 제보에 나선 것은 특별한 용기와 정의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여타의 사회 분야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종교계에서 회유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투명성을 제고와 도덕성에 무감각해진 종교계를 일깨운 일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고 장자연 씨의 연예계 성상납을 고발은 고인의 죽음으로 끝난 비극적 사건이지만 고인이 직접 겪었던 절망감과 피해 사실들에 대한 고백들은, 우리 사회에 비단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올해 우리나라도 미투(Me too)가 사회전반의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았다. 장자연 씨의 사건은 우리나라 미투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故장자연씨의 유서를 통한 고백은 공익을 위한 제보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으로서 해당 소속사 대표의 강요와 폭력에 저항할 수 없었던 약자인 점, 사건과 관계된 성폭력 기업인들과 언론인들을 자신을 드러내 고발한 점 등은 충분히 공익을 위한 제보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故장자연 씨에게 이문옥 밝은사회상 특별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기홍 복지사는 “그동안 사회복지게에는 수많은 내부제보가 있었지만, 제보자 대부분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윗선을 비롯해 내부직원들로부터 받게 되는 따가운 눈총이 공익제보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니가 똑바로 처신을 못한 문제’라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가 아직 만연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제보실천운동과 같은 단체들이 더욱 성장해 보다 많은 공익제보자들에게 힘과 응원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안미현 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검사로서 맡은 사건에 열매를 맺지 못한 죄스러움과 정치를 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것 등이 우려된다”며 “제가 한 행동은 누구를 위한 것이기었다기 보다 제 자신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검사로 살아가기 위함이었다. 공익제보자들이 지치지 않고 힘들지 않도록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 공로패를 받는 한만수 전 상임공동대표(동국대 복직 교수)와 박헌영 신임 상임공동대표.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이날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에 우정상을, 발족 이후 공동대표를 맡아 단체를 이끈 백찬홍·이지문·한만수 전 상임공동대표에게 각각 공로상을 수여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이문옥밝은사회상 시상식에 앞서 임시총회를 열어 새 대표단을 선출했다. 제2대 상임공동대표에는 1986년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폭로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위원장을 지낸 송병춘 변호사가 선출됐다.

아울러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10대 공익제보 사건을 선정 발표했다. 10대 공익제보 사건은 △1986년 전두환 정권 언론사 통제 관련 보도지침 폭로 △1990년 국가보안사령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양심선언 △1990년 재벌게열사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감사가 상부 지시로 중단됨에 따른 제보 △199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군대 내 부재자 투표 과정의 부정선거 고발 △2007년 삼성그룹 차명계좌, 비자금, 검찰 떡값 제공 문제 제보 △2009년 해군본부 간부들의 군납비리 사건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최초 고발 △2017년 현대자동차 품질문제 결함 미조치 사실 신고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실소유주, 상속세, BBK 투자금 환수 등에 대한 문건 공개 △2018년 성추행 피해 폭로를 통한 미투 운동 촉발 등이다.

 

* 이 기사는 업무제휴에 의해 불교닷컴이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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