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인사조차도 내 마음대로 못한다는 현직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무력하게 만든 큰스님, 조계종단의 권력을 거머쥐고 적폐를 양산한 이른바 “큰 스님”이 이번에는 골프장에 나타났다.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자, 대한체육회장이 수상한 라운딩을 즐겼던 바로 그 문제의 태광그룹 소유의 휘슬링락에서다.

문제의 큰스님인 자승 전 원장은 법명이나 속명이 아닌 유상재라는 이름으로 동국대 법인사무처 간부를 통해 예약을 했고, 2018년 3월 29일 함께 골프를 친 인물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방송보도에서 “자승 스님이 초청해 휘슬링락을 갔다. 비용은 자승 스님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용은 자승 전 원장이 아닌 태광에서 발행한 골프 상품권으로 지불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큰스님이 전 검찰총장과 공짜골프를 즐기면서 로비를 한 것이다. 우리가 이 공짜골프 접대에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불교계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권력과 종교간의 유착이 전혀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단초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자승 전 원장이나, 조계종의 유력한 스님들이, 검찰조사를 받을 때 마다 사건을 무마시켜준 유력한 배후로 거론되었던 인물이다.

이 배후설의 일단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11월 13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기호국회의원은 김진태후보자가 자승스님과 친분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어서 김진태후보자가 불교계 사건을 무마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질의를 하였다. 서기호국회의원은 김진태후보자의 승용차가 청통와촌 IC를 통과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불교계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데 도움을 준 의혹에 대해 추궁을 하였지만, 김진태후보자는 확신이 없다, 기억이 안난다고 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자승 전 원장은 2011년 1월 26일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선언을 하면서 “2년, 3년이면 완성할 불사를 10년이 걸리더라도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혹 우리 내부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권력과 외부를 향한 의존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던 인물이다.

권력과 외부를 향한 의존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 자승 전 원장이 정작 본인은 권력에 기대서 로비를 해왔다는 정황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을 보면 2009년 12월 15일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러 간 자승 전 원장과 MB와의 대화가 나온다. MB는 조계종 대통령인 자승 전 원장에게 “손 다쳤다면서?”라고 반말을 하고, 자승 전 원장은 “예, 대통령께서 저를 안불러 주셔서.”라고 하면서 불교도의 자존심을 짓밟는 저자세를 취했다.

앞에서는 정치와 권력과 종교와의 분리를 외치면서, 뒤로는 권력에게 아부하는 모습은 승려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며, 스스로 사적인 이권을 위해 권력자에게 접근하는 로비스트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자승 전원장을 비롯한 조계종 고위층 승려들이 상습 도박을 하고, 심지어 도박장을 개설하였다는 장주스님의 고발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리를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도박을 하였다고 고발당한 스님 중 일부가 장주스님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하여도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도박을 하였다는 스님들도 무혐의이고, 이를 고발한 스님에 대한 무고죄도 무혐의라는 희한한 판결의 배후에 김진태 검찰총장이 있다는 배후설이 불교계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골프장 접대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종교와 권력이 밀착한 적폐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승려 로비스트로 인해 우리 사회와 불교계가 적폐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법 당국의 의지를 불교도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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