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苾芻)1)들에게 이르셨다. “오래 전 과거에 큰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만도마(滿度摩)였다. 아들이 하나 있어, 그 이름이 비바시(毗婆尸)2)였다. 궁 깊숙이 오랫동안 머물러, 궁전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였다. 마무인 유아에게 명하여 마차를 준비시켜, 그것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갔다. 병자 한 명을 보게 되었다. 태자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이 사람의 안색이 파리하고, 기력이 쇠약한가?”
유아가 답하기를 “사대(四大)3)는 일시적으로 합해 있어 헛되고, 실(實)하지가 않습니다. 보호하고, 조절함을 어그러뜨리면 곧 고뇌가 일어나는데, 이를 병(病)이라고 합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내가 능히 피할 수 있느냐?”
유아가 답하기를 “더불어 모두 허깨비 같은 몸이라, 사대(四大)가 구별이 없으니, 보호하고, 조절함을 잃으면, 능히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날, 비바시(毗婆尸) 태자가 유아에게 명하여, 마차를 대령시켜 성 밖으로 나갔다. 한 노인을 보니, 수염과 머리는 온통 하얗고, 몸과 마음이 허약하였다. 지팡이를 앞을 짚고 걸어가는데, 신음하며 힘이 없었다.
태자가 말하기를 “이 사람은 누구인가?”
유아가 답하기를 “오온(五蘊)4)의 허깨비 같은 몸에 사상(四相)이 변하니, 어린 아이로부터 깨닫지 못하는 찰라 사이 장성하여 노년에 이르게 됩니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 몸과 마음이 약해지니, 이를 늙음이라 합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내가 능히 이것을 피할 수 있느냐?”
유아가 답하기를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나, 허깨비 같은 몸은 구별이 없습니다. 해가 뜨고, 달이 지면 역시 모름지기 쇠하여 늙게 됩니다.”
다음 날, 비바시(毗婆尸) 태자가 유아에게 명하여, 마차를 대령시켜 성 밖으로 나갔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상여를 둘러싸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태자가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유아가 답하기를 “이것은 죽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무엇을 일러 죽음이라 하는가?”
유아가 답하기를 “사람이 뜬 구름 같은 세상에 태어나면 목숨의 길고, 짧음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기(氣)와 신(神)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하여 거친 교외에 오래도록 머물게 됩니다. 가족들이 슬퍼 우는데, 이를 죽음이라고 합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내가 능히 피할 수 있느냐?”
유아가 답하기를 “삼계(三界)5)는 편안하지 않아 생사를 피할 수 없으니, 태자의 몸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태자가 이것을 듣고 몸과 마음이 불쾌하여, 마차를 돌려 궁으로 돌아오셨다. 정(定)에 들어 사유하셨다. ‘무상(無常)의 법은 가히 사랑하고 즐길 것이 못된다. 나는 이제 어떻게 괴로움을 피할 수 있을까’

【비바시불경(毗婆尸佛經)】

518. 삼계(三界)의 사생(四生)6) 가운데 무상(無常)을 받지 않는 자가 일찍이 없나니, 산과 들의 불이 초목을 태울 때, 꽃과 과실과 숲을 가리지 않고, 동시에 태워 재를 만드는 것과 같다.
【해우경(解憂經)】


519. 사람의 생명은 아주 빨리 지나가, 다섯 마리 말도 능히 따라가지 못한다.
【선요경(禪要經)】


520.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중생을 구속하는 것이 마치 마루가(摩婁迦)7)가 니구수(尼拘樹)8)를 에워싸는 것과 같다. 능히 세력을 빼앗고, 일체 뿌리를 손상시켜 파괴한다. 또한 매서운 서리가 여러 총림(叢林)을 시들게 함과 같다. 한창 때의 미묘한 모습이 이로 인해 변하여 파괴된다.

【대장엄경(大莊嚴經) 】


521. 몸이 병들어 시드는 것은 꽃이 떨어짐과 같고, 죽임이 도래하는 것은 물이 빨리 흐르는 것과 같다.
【법구경(法句經)】





각주

1)필추(苾芻): bhikṣu의 음사. 이것은 새로운 음사로 이전에는 비구(比丘)라고 했다.
2)비바시(毗婆尸): 석존 이전에 이 세상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과거칠불(過去七佛) 가운데 첫 번째 부처님
3)지(地), 수(水), 화(火), 풍(風).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4)다섯 가지의 결합.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이름.
5)중생이 윤회하는 미혹(迷惑)의 세계로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이름.
6)미계(迷界)의 온갖 생물을 이름. 태어나는 종류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 즉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火生)
7)덩굴이 뻗는 풀 이름. 이 덩굴에 감기면 그 나무는 죽는다고 함.
8)인도의 무화과나무로 아주 큰 교목. 가지와 잎이 울창하여 그늘에서 햇빛을 피할 수 있다고 함.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