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청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는 설정 원장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은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방문해 면담했던 설정 원장은 조계종 총무원청사로 쓰는 건물에서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데 대하여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종단 주요 구성원 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설정 원장은 10개월 가까이 논란이 이어져 온 은처자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극구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설정스님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설정 원장은 지난해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 하면서부터 학력 위조와 재산 비위, 은처자 의혹 등을 받아 왔다. 이 중 학력 위조 사실은 인정했으나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해 왔고 이날 기자회견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설정 원장은 이어 “종헌종법 질서는 종단운영의 근간이자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동규범”이라며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반드시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설정 원장은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바로 퇴장했으며, 장관 면담 이후  기자회견은 시작까지 2시간도 채 남지 않는 시점에 결정됐다.

조계종은 앞서 MBC를 ‘해종 세력’으로 규정하는 한편, 종령기구인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의혹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해결 시한을 8월말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설조스님이 6월 20일 설정스님의 사퇴와 종단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에 입재한 후, 목숨을 건 단식을 30여 일 넘게 이어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조계종은 “내부 해결”을 명분으로 사실상 ‘버티기’를 이어왔다.

설정 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읽은 입장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입장문>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전적으로 저의 부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하여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 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습니다. 종단 구성원으로서 평생을 품고 살았던 수행종풍 진작과 종단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떠나 종도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의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큰 부담과 많은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종단운영의 근간인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내부의 자율적 운영체계인 종헌종법 질서가 존재합니다. 이는 종단운영의 근간이자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동규범입니다.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반드시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종정예하와 원로의원스님들, 교구본사주지스님들, 그리고 중앙종회 의원스님들과 전국비구니회 스님 등 종단 주요 구성원 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하여 진퇴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는 새로운 희망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도반으로 함께 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2(2018)년 7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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