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승 원장은 지난 2016년 4월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때, 박영선 후보와 연화정토사에서 만났고 다시 남구로시장에서 박 후보의 선거유세 현장에 있었다. 박영선 의원은 이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사진=불교닷컴)

조계종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관련 감사원 감사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4년 감사원 감사가 진행돼 조계종단에 경고를 줬다면 조계종단이 더 타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88세 설조 스님이 29일째 단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 측은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긴 했어도 직접 감사원장에게 전화한 기억은 없다. 명진 스님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명진 스님은 18일 KBS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과 인터뷰를 했다. 29일째 단식으로 급격히 쇠약해진 설조 스님을 대신한 인터뷰이다.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이 박영선 의원 지역구 선거운동도 도왔다.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박 의원은 감사원장에게 전화 걸어서 불교계 감사를 말라는 압력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는 "(자신의 압력으로) 감사원 감사가 취소된 것을 자승 총무원장에게 사람 많은 앞에서 흐드러지게 자랑도 했다. 이는 정치권력과 종교가 결탁해서 부정부패를 저지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많은 스님이 수행정진을 잘하고 있지만 권승 100여 명이 문제이다. 문화재보수비 등 국고보조금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스님은 10년 동안 중앙정부 1000억원, 지방자치단체 1000억원, 자부담 500억원 등 모두 2500억원 규모인 방재시스템 사업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선 사찰에서 문화재 방재시스템 공사를 하면서 업자와 결탁해 개인이 착복한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지난 2014년 3월 12일 박영선 의원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당시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만났다. (관련기사: 박영선 위원 "지나치게 불교계 다루지 말라 감사원에 전달")

당시 박영선 의원은 "감사원이 문화재 감사를 하면서 지나치게 불교계 사찰을 다루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법사위에 많이 접수됐다. 이에 민주당의원들이 (문화재 보수 관련)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지만 사찰은 이와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감사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이 잘 구별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종단에도 결과를 전달했다는데 잘 받으셨느냐"고 했다.

이에 자승 원장은 "박 위원장께서는 항상 종단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일과 민원을 처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뵈니 감사하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당시 야당이던 박영선 의원에게 자승 원장은 지방까지 다니면서 이명박 당선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면서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과거 지방 사찰이 자치단체를 통해 신청 배정 받던 국고보조금을 이명박 정권 후 총무원이 받아 지방사찰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이 자승의 통치자금으로 쓰였다"고 했다.

스님은 "자승 원장이 조계종의 2/3를 장악한 상황에서 원하는 사람을 차기 총무원장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설정 원장"이라고 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 예산 등을 예로, 국가에서 지원되는 보조금을 배분하는 불교문화사업단장을 자승(총무원장)이 임명한다. 자승 원장에게 돈 얼마를 줘야 예산을 배분 받는다는 이야기도 몇에게 들었다고 했다.

스님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자승 종권 8년이 겹친다. 그동안 수행정진으로 신도에게 감동을 줘서 훌륭한 스님이 아니라, 정치인을 많이 알아서 불사를 많이 하고 적당히 돈을 갈라서 쓰는 사람이 종단 지도자가 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문화재 보수 등에 국고보조는 꼭 필요하다. 다만 보조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주위에서 매일같이 단식을 만류하지만 설조 스님의 의지가 굳다. 28일째로 스님이 점점 쇠약해져서 이번주 안으로는 결말이 나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남부지검 등에 계류 중인 조계종 관련 사건부터 빨리 결말을 내 달라고 했다.

지난 월요일 몽골로 출국한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은 금요일 오후 입국한다.

한편, 이날 박영선 의원은 8.25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 여야 합의로 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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