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 제1991호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보물 제1991호로, 화기가 1580년으로 분명히 기록된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는 보물 제1994호로 각기 지정됐다.

문화재청는 27일 ‘이제 개국공신교서(李濟 開國功臣敎書)’를 국보 제324호로 지정하고, ‘이정 필 삼청첩’ 등 조선 시대 서화가의 작품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등 매장‧환수문화재 총 1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국보 제324호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1392년(태조 1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李濟, ?~1398)에게 내린 공신교서이다.

조선조 교서는 국왕이 직접 당사자에게 내린 문서로 공신도감(功臣都監)이 국왕의 명에 의해 신하들에게 발급한 녹권(錄券)에 비해 위상이 높고, 이제는 태조 계비 신덕왕후(神德王后)의 셋째 딸인 경순궁주(慶順宮主)와 혼인한 뒤 이성계를 추대하여 조선을 개국하는 데 앞장서 개국공신 1등에 기록됐다.

앞서 조선 초기 개국공신녹권 중 국보 제232호 ‘이화 개국공신녹권(李和 開國功臣錄券)’이 있으며, 현재 개국원종공신녹권 7점이 보물이며 ‘개국공신교서’로는 처음으로 국보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국보지정과 관련 “교서의 끝부분에는 발급 일자와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어보(御寶)가 찍혀 1370년(공민왕 19년) 명나라에서 내려준 고려왕의 어보가 조선 개국 시점까지도 계속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며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조선 최초로 발급된 공신교서이자 현재 실물이 공개되어 전하는 유일한 공신교서라는 점에서 조선 시대 제도사․법제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보물 제1988호 감지은니범망경보살계품(紺紙銀泥梵網經菩薩戒品)은 수행자가 갖춰야할 마음의 자세와 실천덕목을 담은 경전으로, 14~15세기에 활동한 승려 대연(大然)이 주도하여 만든 것이며, 절첩(折帖) 형식으로 앞부분에는 설법 중인 부처를 비롯해 제자들을 금니(金泥)로 섬세하게 그린 변상도(變相圖)가 수록됐다.
문화재청은 “변상도를 갖춘 조선 시대 사경(寫經)은 매우 드물며, 그중에서도 ‘범망경’은 ‘백지금니범망보살계경’(1364년, 보물 제1714호) 등 소수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라며 “이 경전은 조선 시대의 드문 사경(寫經) 형태라는 점, 수준 높은 변상도(變相圖)를 갖춘 점, 한국 불교 계율의 기초가 성립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불교사‧서지학‧미술사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 보물 감로왕도

보물 제1990호 대곡사명 감로왕도(大谷寺銘 甘露王圖)는 1764년 불화승(佛畵僧) 치상(雉翔)을 비롯 13명의 화승이 참여해 그린 것이며, 상단에는 칠여래(七如來)를 비롯한 불․보살이, 중‧하단에는 의식장면과 아귀와 영혼들, 생활 장면 등이 짜임새 있는 구도 속에 그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조화를 이루어 종교화로서 숭고하고 장엄한 화격(畵格)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며 “‘대곡사명 감로왕도’는 제작 시기가 분명하고 봉안사찰, 시주자명, 제작주체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18세기 불화 연구의 기준작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보물이 된 감로왕도(甘露王圖)는 ‘감로탱(甘露幀)’이라고도 불리며, 망자(亡者)의 극락왕생을 기원 의식인 수륙재(水陸齋) 때 사용한 불화로, 다양한 풍속과 재난 지옥장면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 제작 당시의 사회 환경과 신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보물 제1994호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는 화기(畵記)에 의해 1580년(선조 13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로 주존(主尊)인 ‘지장보살과 무독귀왕(無毒鬼王), 도명존자(道明尊者)’의 지장삼존(地藏三尊)을 중심으로 명부계(冥府界)를 다스리며 망자(亡者)의 생전의 죄업을 판단하는 열 명의 시왕, 판결과 형벌 집행을 보좌하는 제자들을 한 화폭에 두었다.

문화재청은 “화면은 다소 어두운 감이 있으나 색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신체와 각종 의장물(儀仗物)의 묘사가 매우 세밀하면서도 뛰어난 묘사력을 갖추었다”면서 “현존하는 조선 16세기 불화는 대부분 일본 등 국외에 있고 국내에 전해지는 작품은 매우 드물어 이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16세기 지장시왕도이자, 명확한 제작 시기를 갖추고 있고 인물의 배치와 구도, 지장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제자의 형상, 양식적 특징에서 조선 중기 불교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물 제1991호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心柱石)의 사리공(舍利孔)과 기단부에서 나온 유물로서,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사리봉영기(金製舍利奉迎記)와 함께 금동사리외호(金銅舍利外壺), 금제사리내호(金製舍利內壺),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은 청동합(靑銅合) 6점으로 구성됐다.

문화재청은 “‘금동사리외호 및 금제사리내호’는 모두 동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로, 동아시아 사리기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이 유려하고 양감과 문양의 생동감이 뛰어나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며 “‘금제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 앞·뒷면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 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에서 조성 연대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게 된 계기가 되는 사리장엄구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유물”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화재청은 ‘청동합’과 관련 “구리와 주석 성분의 합금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6점으로 구성돼 청동합 중 하나에 ‘달솔(達率) 목근(目近)’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달솔이라는 벼슬(2품)을 한 목근이라는 인물이 시주한 것임을 밝혀준다”며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백제 왕실에서 발원하여 제작한 것으로 석탑 사리공에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되어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되며 제작 기술에서 최고급 금속재료를 사용하여 완전한 형태와 섬세한 표현을 구현하여 백제 금속공예 기술사를 증명해주는 자료”라고 밝혔다.

그 외 같이 지정된 보물 제1982호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金正喜 筆 書員嶠筆訣後)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쓴 ‘서결ㆍ전편’의 자서(自序)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한 글을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로 쓴 것으로, 김정희 서예이론의 핵심을 담고 있으며 조형성이 뛰어난 추사체(秋史體)의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보물 제1983호 김정희 필 난맹첩(金正喜 筆 蘭盟帖)은 묵란화(墨蘭畵) 16점과 글씨 7점을 수록한 서화첩이며, 김정희의 전담 장황사(粧䌙師) 유명훈(劉命勳)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보물 제1984호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은 조선 시대 묵죽화(墨竹畫)를 대표하는 인물인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1626)의 작품으로, 그가 중년에 이른 시점인 1594년(선조 27년) 12월 12일 충남 공주에서 그린 작품으로, 매화 난초 대나무를 감색으로 물들인 비단 위에 금니(金泥)로 그리면서 식물의 생태(生態)와 형상을 매우 우아하고 정교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보물 제1985호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李澄 筆 山水花鳥圖帖)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화가 허주(虛舟) 이징(李澄, 1581~미상)의 그림을 모은 첩으로 이식(李植, 1584~1647), 이명한(李明漢, 1595~1645) 등 문인들의 시문 37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문화재청은 “서화첩은 이징이 화조‧영모 분야를 비롯해 산수에서도 17세기 회화를 선도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작으로서 의미가 크다”면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서화 합벽첩(合璧帖)이자 조선 중기 산수화조화 중 드물게 작가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어서 한국회화사 연구의 중요한 편년작으로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보물 제1986호 심사정 필 촉잔도권(沈師正 筆 蜀棧圖卷)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화가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죽기 1년 전인 1768년 8월에 이백(李白)의 시 ‘촉도난(蜀道難)’을 주제로 촉(蜀)나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8m 규모의 대형 산수화이다.

보물 제1987호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金得臣 筆 風俗圖 畵帖)은 조선 후기 화가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이 그린 풍속도 8점으로 이루어진 화첩이며, 상황과 역할에 따른 인물들의 움직임을 절묘하게 포착해 조선 시대 서민들의 일상을 해학적인 감성으로 표현했다.

보물 제1989호 송조표전총류 권6~11(宋朝表箋總類 卷6~11)는 왕실의례에서 국왕에게 올리는 표문(表文)과 전문(箋文)의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송나라의 표전 중 모범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놓은 참고용 책으로, 1403년(태종 3)에 편찬, 같은 해 주조된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쇄한 희귀 완질본(完帙本)이다.

보물 제1992호 이숙기 좌리공신교서(李淑琦 佐理功臣敎書)는 이숙기(李淑琦, 1429~1489년)가 성종의 즉위를 보좌한 공로를 인정받아 1471년(성종 2년) 3월 순성좌리공신(純誠佐理功臣․4등)으로 책봉된 이듬해인 1472년(성종 3년) 6월에 왕실로부터 발급받은 공신증서이다.

그 외 보물 제1993호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粉靑沙器 象嵌 ‘景泰5年銘’ 李先齊 墓誌)는 조선 세종대 집현전 학사를 지낸 이선제(李先齊, 1390~1453)의 묘지(墓誌)로 1454년(단종 2년․중국연호 경태 2년)에 만들어졌고, 1998년 6월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인 소장가로부터 지난해 9월 기증받아 국내로 환수한 문화재이다.
▲ 보물 지장시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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