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흐드러진 위로 연두빛 새싹들이 자아내는 생명들의 합창이 아름다운 봄날이다. 촛불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곳곳에서 적폐 청산이 진행되고 있다. 미시적인 권력의 장에서도 미투 운동과 온갖 ‘갑질’을 고발하는 운동이 속속 승리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오직 ‘겨울공화국’에 머물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불교, 그 중에서도 조계종이다.

지금 한국 불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은처, 도박, 공금횡령, 폭행, 성폭력 등 지도층 승려들의 범계 및 비리 행위가 임계점을 넘어섰음에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금권선거를 통하여 그 자리에 올라갔으며 억대도박과 은처 의혹을 아직도 해명하지 않고 있으며, 설정 총무원장도 은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용주사 주지는 쌍둥이 아빠이고 마곡사 주지는 금권선거로 당선된 것이 드러났음에도 주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표절을 한 보광 스님은 아직 동국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대낮에 납치하여 한국 불교의 본산인 조계사에서 집단폭행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둘째, 스님들이 자기 돈으로 가사와 발우를 마련해야 하고 다른 절에 가면 숙식을 제공받지 못할 정도로 승가 공동체와 사방승가 정신이 완전히 해체되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셋째, 자승 총무원장 체제 이후 자기 편은 어떤 죄를 범해도 자리를 유지하고 다른 편은 철저히 내치는 당동벌이(黨同伐異)가 만연하면서 청정한 스님들이 내쫓기거나 침묵하고 타락한 스님들이 모든 권력과 재정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종교의 사사화(私事化)화 경향이 보태지면서 300만 명의 불자가 절을 떠났다. 이대로 가면 스님들은 문화재 관리인으로, 불교는 샤머니즘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다.

2012년 5월 24일에 참여불교 재가연대의 정윤선 사무총장, 민불동지모임의 이남재 사무총장 등과 함께 ‘청정성 회복과 정법구현을 위한 4부대중 연대회의’를 조직하여 2013년 10월 10일 경까지 1년 5개월 동안 포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철야정진, 9보 일배, 법회, 1인 시위, 108배, 피켓시위, 릴레이 농성 등 여러 방법으로 종단개혁운동과 자승 총무원장 연임반대운동을 했었다. 작년에는 재가불자들과 스님들이 함께 연대하여 10차례에 걸쳐서 촛불법회를 하고 범불자결의대회를 하였다. 연인원 2만 여 명이 모였다.

그럼에도 종단은 전혀 참회나 개혁의 제스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요새 변화가 생겼다. 진정으로 불교와 종단을 사랑하여 병을 병이라 하며 그 병을 고치고 건강을 소망하던 이들을 ‘해종언론’과 ‘해종불자’로 규정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던 종단이 야단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껏 ‘해종언론’에만 보도되던 자신들의 범계와 비리가 MBC를 통해 만인에게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24일에는 간담회를 하였다. 그들이 해종불자와 해종언론인으로 규정한 이들, 곧 재가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과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이 참석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으나 경찰과 종무원을 통하여 막았다.

우리는 몸싸움을 하다가 물러났다. 종단이 간담회 결과로 내놓은 것은 실로 소가 웃을 일이다. 온 국민과 전 세계인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그 시간에 불자들을 동원하여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불교파괴 왜곡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하겠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비판을 잠재우는 길이 있다. 총무원장을 비롯한 지도층 승려들이 자비심을 가진 불자라면 모든 범계와 비리행위, 부당한 권력행사와 폭력으로 종도들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참회부터 하라. 그리고 직선제 수용, 수행과 재정의 분리, 사방승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승가 공동체 건설, 민주적인 거버넌스 시스템 정립을 추진하라.

우리는 봉암사 결사와 1994년 종단 개혁의 초발심, 자비로운 분노, 성찰과 참회, 연대의 마음을 모아 반드시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종단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절과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할 때까지 불퇴전의 의지로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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