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진 작 ‘파고다 98-29’, 1998.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한국 현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혀온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이정진 : 에코 - 바람으로부터’전을 7월 1일까지 과천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사막 III>(1993~94), <무제>(1997~99), <바람>(2004~07) 시리즈의 일부 작품과 작가가 한지에 인화하는 암실 작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공개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사진이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작업 방식 및 인화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한지다. 그는 전통 한지에 붓으로 직접 감광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수공적인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통해 매체와 이미지의 실험, 물성과 질감을 탐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재현성과 기록성, 복제성과 같은 사진의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가 1990년과 2007년 사이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을 재조명한다. 각 연작들은 사막의 소외된 풍경, 일렁이는 바다와 땅의 그림자, 석탑, 일상의 사물 등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대상과 이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별도의 액자 없이 한지 프린트 원본 그대로를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아날로그 프린트 작품의 독특한 질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물성과 질감, 수공적인 것에 깊이 천착하여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 낸 이정진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라며 “익숙한 것들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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