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가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중 불교계의 우호와 교류에 해로울 것”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초청으로 지난 19일 방한해 출국을 하루 앞둔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대표단이 26일 오전 11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표단 부단장이자 중국불교협회의 도술인(刀述仁) 부회장은 “달라이라마에 대한 중국불교계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불교협회의 도술인(刀述仁) 부회장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의 한구방문은 한중 불교우호교류는 물론 양국의 우호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의 가장 오른쪽에 인물이 도술인 부회장.

도술인 부회장은 대표단 부선위(傅先衛) 단장의 인사말에 이어 A4용지의 앞뒷면에 자필로 메모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가며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다. 1959년 무장폭동에 실패한 후 비법적으로 망명해 장기간 해외에 머물며 티베트 독립을 정치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망명 정부의 수뇌자로 자처할 뿐”이라고 말했다. 도술인 부회장은 더불어 “지난해 라싸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역시 달라이 라마가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배후한 일이며 티베트의 경제와 사회 안정을 파괴하고 올림픽 개최 조차 파괴하려 한다”며 “정치적 망명자로 자신의 그룹을 형성해 중국의 종교와 문화, 국가를 분열 시키고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술인 부회장은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 가며 “14대 달라이라마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다. 망명 후 장기간 해외에 머물며 자기 민족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으며 정치적 망명자로서 자신의 그룹을 형성해 중국의 종교 문화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술인 부회장은 또한 “달라이 라마는 망명한지 50년이 됐으나 아직도 중국의 분열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금도 여러 방식으로 중국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모든 중국 불교도들은 달라이 라마를 규탄하며, 그를 나쁜 영향을 주는 존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술인 부회장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판의 의도는 달라이 라마의 한국방문에 따른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술인 부회장은 “달라이 라마가 해외 여러 곳에서 활동하는 것은 단순한 종교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고 “얼마 전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조계종 지도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조계종 지도자들이 우리를 지지해 준 데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도술인 부회장의 이말은 달라이 라마의 한국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조계종이 나서 반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것으로 보인다.

도술인 부회장은 “달라이 라마가 한국에 방문한다면 양국이 장기간 맺은 우호에 이롭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의 교류에도 해로울 것이다”라며 향후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조계종이 나서 반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자승 스님이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대표단 부선위 단장에게 반가사유상 모형을 선물로 전달했다.

도술인 부회장은 “한국 불교계 지도자들이 달라이 라마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지도자가 아니라는 것과 그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중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도술인 부회장의 어법은 직설적이었고, 사실상 달라이 라마 방한에 조계종이 찬성할 경우 한국과 중국간 불교 교류는 물론, 한중 양국정부의 우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제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도술인 부회장은 또 “우리는 한중 불교교류를 장기간 하면서 우익을 다졌고 양쪽 모두 우호교류에 힘쓰고 있는 만큼 달라이 라마의 방한 문제를 잘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승 스님은 “말씀 잘 들었다. 달라이라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한국 불교계는) 달라이라마를 공식 초청한 바 없으며 방한과 관련한 공식 접수된 것도 없다”고 말한 뒤 “그 부분은 전과 같이 한중불교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으니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다”고 짧게 답했다. 자승 스님은 중국종교평화위원회 예방 후 이어진 출입기자단 오찬 자리에서도 중국불교계의 메시지에 대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짧게 대답하는 것이 좋다”고만 말했다.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대표단의 예방 자리에 배석한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한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문관하게 처리한다. 인간 존엄성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문제 처리에 우려를 표시했다. 혜경 스님은 이어 “한중 종교지도자들이 합심해 세계 평화를 이루는 초석을 놓고 발전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이어 대표단 부선위(傅先衛) 단장은 “달라이 라마 문제를 한중불교 우호교류 관계를 고려해 처리한다는 말씀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중 불교교류는 양국의 우호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종교평화위원회의 목적도 우호와 평화, 협력, 발전이라는 네 가지”라고 답했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예방 자리에는 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선위(중국종교평화위원회 부주석, 중국기독교삼자애국회 주석) 단장과 등종량 고문, 도술인 부단장, 학성 비서실장(중국불교협회 부회장 겸 비서실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종에서는 사회부장 혜경 스님과 사서실장 경우 스님, 사회국장 묘장 스님 등이 배석했다.

중국 종교평화위원회 대표단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초청으로 지난 19일 8박 9일의 일정으로 20여명이 방한했다. 이들은 한국종교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개신교와 천주교 원불교 민족종교 등 한국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났고, 각 종교의 대표 시설을 방문해 다양한 종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자승 스님을 예방한 것은 27일 출국을 앞두고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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