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이 발간하는 등재학술지 <선문화연구> 22집이 발간됐다. 이번 호에는 만해 학술 논문 1편과 일반 논문 7편이 수록됐다.

조윤경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양 무제의 정교결합과 대승사상’에서 전륜성왕을 꿈꾼 양 무제가 대승이념으로 정치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남조 교단을 어떻게 제어하고 교권을 왕권에 통합시키려 했는지 살폈다.

조 교수는 양 무제가 정교결합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평등’과 ‘무애’ 두 사상을 적극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양 무제는 특정 가르침에 권위를 부여하는 5시 교판이나 4시 교판 등 남조 교단에서 유행하던 여러 교판을 모두 부정했다. 이는 대승경전을 평등하게 바라본 승랑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양 무제는 기존 교판에서 ‘대승통교’라고 폄하됐던 《대품반야경》의 가치를 재평가하기도 했다.

또 양 무제는 출가승과 재가자의 구별 없이 가장 수승한 계율이라며 보살계를 받도록 권장했는데, ‘일체가 모두 평등하다’는 대승불교의 가르침 앞에서 성(聖)·속(俗)이나 출가·재가의 위계가 무의미해진다는 평등사상의 관점에 따른 것이었다.

조 교수는 “대승불교의 평등성은 기존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기제가 내포돼 있으며, 양 무제의 평등사상은 정교결합과 왕권 강화 체제로의 정치개편을 염두에 둔 사상 기반 구축의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양 무제는 ‘무애’를 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해석했다. 일반적이라면 대승과 소승이 서로 무애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그 경계 또한 허물어져야 하겠지만, 양 무제는 ‘무애’를 보살만의 특수한 경계로 보았다. 이런 입장은 양 무제가 보살계법에서 성문계를 장애가 있는 열등한 계율로 부정하고 오직 대승 보살계만 궁극적인 것으로 여긴 것에서 잘 드러난다.

조 교수는 “양 무제가 무애 이념을 변용한 것이 교단 세력을 억제하려는 정치행보에서 유의미한 작용을 하고, 정치적 상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성속에 국한되지 않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전륜성왕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양 무제의 대승사상 가운데 ‘평등’이 새로운 정교 관계로 재편하기 위해 기존 질서를 해체하는 측면이 있다면, 보살의 ‘무애’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정교결합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며, “출가승의 구족계를 ‘소승’이라는 틀로 폄하하고, 대승보살계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촉구해 남조의 독자적 교단 세력을 왕권에 편입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조준호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출가환경으로 본 미얀마불교조직에 대한 고찰’에서 미얀마의 불교조직과 국가의 관계를 살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미얀마는 세상의 어떤 국가보다도 국가와 종교가 밀접한 관계”이며, “미얀마의 불교조직과 구조는 출가문화·환경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미얀마는 정부기관으로 종교성(최근에 ‘종교와 문화부’로 통합)이 있는데, 모든 종교를 아우르지만 주로 불교를 보호·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조 교수는 “종교성에 모든 국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종교 간 우호 협력과 불교 승가의 안정 등을 위하는 역할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불교승가를 정치적으로 관리 통제하는 기능과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출가자가 중심이 된 불교조직을 관리, 지원하는 것으로 사회통합을 해왔으며, 동시에 견제해 왔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그 이유를 미얀마의 출가문화와 환경에서 찾았다.

일반적으로 미얀마에서 남성은 원하는 대로 여러 번 출가할 수 있다. 미얀마의 출가 의식은 10세를 전후해 사미 10계를 받는 신쀼(Shin Pyu)와 20살에 230계를 받는 바징캉쀠(Bazinkhanphwe), 또는 야향칸(Yahankhan)이 있다.

미얀마에서 단기출가나 정식출가의 수계의식은 다르지 않다. 단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가생활을 지속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쀼라도 계속 절에 머물러 20세 이르면 다시 구족계를 받아 출가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20세 이상 구족계 출가라도 짧게는 일주일 이내, 길게는 몇 년 동안 출가생활을 하다가 환계 의식을 치르고 환속하기도 한다. 다시 출가할 뜻이 생기면 출가를 여러 번 반복할 수도 있다. 대신 출가하면 여법하게 계를 지키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환계하고 환속해야 한다.

조 교수는 미얀마의 출가율이 높은 것은 출가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 교수는 먼저 교육기관에서 시행하는 불교교육의 영향이라고 보았다. 미얀마는 예로부터 사찰에서 모든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전통적으로 출가자는 교사였고, 사찰은 지역의 교육기관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출가자가 계율을 어기지 않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재가자 깟삐야(kappiya)를 들었다. 깟삐야는 출가자를 가까이서 도우며 출가를 간접 경험하는데, 이것이 나중에 출가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동자승학교를 들었다. 동자승은 주로 고아나 미아, 또는 생계가 어려워 위탁된 이들인데, 불교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복지·교육기관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일종의 사찰운영위원회인 고빠까(Gopaka)를 들었다. 재가자가 중심이 돼 운영되는 고빠까는 사찰 건립과 유지를 도맡아함으로써 출가자가 오로지 수행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함께 출가가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친척이나 주변사람이 출가생활을 지원해주는 메도지(maedewjyi)도 높은 출가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조 교수는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출가사회가 견고하게 유지되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가 국가적으로 잘 마련돼 있다”며, “미얀마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불교의 영향력이 크고, 불교교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 이해의 관건은 바로 출가환경에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유구한 출가환경에 따라 미얀마불교조직이 국가조직으로까지 맞물려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부의 이해관계도 한몫했다. 조 교수는 “군부 통제 아래서 조직 활동이 가능한 집단은 불교 승단뿐이었다. 존경받는 출가자들은 사회문제에 있어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 때문에 미얀마 군부는 승단을 지원하는 한편, 국가 관리 속에서 견제하고 통제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선문화연구> 22집에는 이밖에 조미숙 건국대 교수의 ‘한용운 저항 문학에 나타난 혁명의 의미와 방법론’, 권오민 경상대 교수의 ‘유가 법상종에서의 경량부 종자설 이해’, 청강 스님(김창언, 동국대 강사)의 ‘진심직설에서 각찰과 휴헐의 의미와 수행방법’, 서광 스님(송영숙,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불교에서 본 자살과 자살 예방’, 이혜숙 금강대 초빙교수의 ‘불교계 사회복지사 특화교육을 위한 기초 연구’, 이재수 불교학술원 교수와 박경준 동국대 교수의 ‘불교적 인간관에 따른 인간 유형의 연구’ 등 논문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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