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적폐청산 제4차 촛불법회에 동참한 불자들이 촛불을 들어올리고 있다.

명진 스님이 조계종의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

명진 스님은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제4차 촛불법회’에서 법문 말미에 “내일(18일)부터 조계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모든 적폐는 자승 총무원장으로부터 기인한다. ‘조계종 적폐’가 아니라 ‘자승 적폐’라고 불러야 한다”며, “자승 종권을 중단하고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명진 스님은 법문 내내 정교 유착, 용주사 주지 은처자 의혹, 마곡사 돈선거, 적광 스님 폭행 사건, 동국대 사태, 불교언론 탄압 등 자승 총무원장 재임 기간 진행된 각종 조계종 적폐를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스님은 “특위를 구성해 은처자 의혹이 있는 용주사 주지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종헌·종법으로 징계하지 않는다면 (은처자가 있는) 같은 무리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독신 비구가 아니라면 총무원장이 직권 제적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스님은 “결혼한 스님을 문서견책 하는 게 독신 비구 종단인지 묻고 싶다”고도 말했다.

스님은 적광 스님 폭행 사건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니 호법부 승려들이 지하로 끌고 가 집단 폭행했다”며 비판했다. 스님은 “폭행에 가담한 승려들이 사회법으로 처벌을 받았는데도 종법으로 처벌 받지 않고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조계종은 폭력승려들의 집단인가, 조계종이 조폭종인가?”라며 성토했다.

마곡사 돈 선거와 관련해서는 “조계종에 돈으로 자리를 사고파는 것이 만연하다”며, “돈 선거 당사자를 다시 본사 주지에 앉히는 폭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국대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조계종 수뇌부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김건중 학생의 50일 단식을 언급한 명진 스님은 불교언론 탄압에 대해서도 “언론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자승 종권은 사회악의 차원에서 처단해야 할 세력”이라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청정승가공동체구현과종단개혁연석회의가 개최한 이날 촛불법회는 1,200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됐다. 지난주 촛불법회보다 200여 명이 늘어난 인원이다. 조계종 개혁에 대한 사부대중의 여망을 증명하듯 촛불법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동참 인원이 늘고 있다. 촛불법회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참 대중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도 지난 법회보다 60만여 원 늘어난 874만여 원이나 됐다.

▲ 법문하고 있는 명진 스님. 스님은 조계종 적폐 청산이 될 때까지 조계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 거리행진 행렬이 종로구청을 지나고 있다.

▲ 자승 퇴진을 연호하고 있는 촛불법회 동참자들.

법회는 1부 여는 마당과 2부 촛불법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여는 마당에서는 여성 듀엣 ‘솔가와 이란’이 ‘같이 살자’, ‘평화의 바람’, ‘잘 살아 보세’ 등을 공연했다. 이어 7시 정각이 되자 ‘보신각 촛불법회’ 검색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보신각 촛불법회’는 네티즌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고마워요 문재인’ 검색 이벤트를 벌였음에도 한때 다음 실시간 검색 2위에 올랐다.

2부 촛불법회는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시위를 하고 있는 가루라 보살과 3년여 동안 은처자 의혹 주지 퇴출운동을 하고 있는 용주사신도비대위가 열었다.

가루라 보살은 ‘여는 말씀’에서 “성 범계, 도박 등 조계종의 적폐가 스님들 때문에 일어났는데, 촛불법회에 스님들의 참여가 적어 섭섭하다”고 말했다. 가루라 보살은 “호법부 스님들에게 욕을 듣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할까’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며, “이제 수좌 스님들이, 원로 스님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있다. 더 많은 스님들이 동참해 우리들에게 힘을 실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용주사신도비대위 상임고문 진여성 보살, 장명순 위원장, 송재형 사무총장은 “3년 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끊이지 않고 용주사 주지 퇴출 운동을 이어왔다”며, “용주사 주지 퇴출과 조계종 적폐 청산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정지영 영화감독은 ‘연대의 말씀’에서 “투쟁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정 감독은 “조계종 적폐 청산이 당장 안 된다고 조급해 할 것 없다. 안타까워하고 힘을 다하면 금방 나가 떨어진다”며, “투쟁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어 “목요일마다 촛불법회에 참여해 투쟁하는 것이 곧 행복이 아니겠느냐”며, “매주 촛불법회에 이웃과 친구를 한 사람씩 더 데리고 나와 행복을 나누자”고 당부했다.

명진 스님의 법문과 경륜 스님의 발원문 낭독에 이어 동참 대중은 거리행진에 나섰다. 거리행진은 조계사 앞을 지나는 우정국로를 돌아오던 1~3차와는 달리 보신각을 출발해 종로구청과 일본대사관, 안국동 네거리, 조계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적폐 청산 자승 퇴진’, ‘정법수호 파사현정’ 등 구호를 외치며 질서 정연하게 행진했다. 조계사 앞에서는 ‘자승 퇴진’을 연호하며 적폐 청산을 염원하는 사부대중의 목소리를 전했다.

보신각 광장으로 돌아온 동참 대중들은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의 마무리 발언을 듣고 다음 촛불법회를 기약하며 회향했다.

허 상임대표는 “아무리 옳은 길이라도 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파사현정의 그날까지 함께 가자”고 말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제5차 촛불법회’는 24일 오후 6시 30분 보신각 광장에서 봉행된다.

한편,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촛불법회에 앞서 오후 6시 경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총무원측의 촛불법회 방해 행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시민연대는 우선 합법적이고 평온한 집회 개최와 진행을 침해하고 방해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총무원 측 협박·방해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업무 방해와 협박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또 호법부와 총무원 관계자들이 집회와 시위 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불허하기로 했으며, 호법부 임직원 등의 협박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 인도하기로 했다. 집회 참여자에 대한 불교신문의 명예훼손 기사에 대해서는 형사고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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