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선원수좌회과 총무원장 직선제와 청정승가 구현을 위해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총무원장 직선제를 성취하고 조계종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전국 선원 수좌들이 전국승려대회를 연다.

전국선원수좌회(의장 월암)는 9일 오후 2시 30분 대구 서봉사에서 임시 대표자회의를 열어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수좌회는 일시와 장소 등 전국승려대회 개최에 관한 사항을 임원진에게 위임했다. 임원진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논의한 뒤 전국 선원 수좌 대표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을 비롯해 의장 월암 스님, 부의장 원근·정과 스님, 수도암 선원 회주 원인 스님, 서울 보석선원 선원장 범어 스님, 백담사 선원장 대전 스님, 명진 스님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무원장 직선제 및 적폐 청산을 위한 전국승려대회의 건 △은처승 도박승 폭력승 매관매직 금권 선거 척결 등 청정승가 구현의 건 △수좌 노후복지와 안정된 수행환경 조성에 관한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의장 월암 스님은 “전국승려대회 개최의 건과 청정승가 구현의 건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며 하나의 안건으로 묶어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스님은 “지금 종단은 나락에 떨어졌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청정승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뜻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장로선림위원 지환 스님은 현 조계종 종단 상황을 “불교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정화 이후 제대로 된 수행과 교육을 하지 못한 탓에 출가 정신이 퇴색되고 중생심과 권력, 이권 중심의 불교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조계종 현실을 진단하고 “이미 변질될 대로 변질된 한국불교는 더 이상 불교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스님은 이어 “부처님 교단다운 종단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혁을 기반으로 한 인적 청산을 주문했다. “인적 청산에만 초점을 맞추면 충돌이 심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좌회 초대로 회의에 참석한 명진 스님은 인사말에서 “작금의 종단 사태는 (종단 정치에 참여했던) 제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 참회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출가할 때만해도 이판승이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돼 지금은 사판에게 휘둘리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종단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스님은 이어 “의장 월암 스님이 내일(10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법문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좌 스님들도 많이 참석해 스님들도 조계종의 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사를 각계 각층에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 대구 서봉사에서 열린 전국선원수좌회 임시 대표자회의에는 전국 선원 대표자 60여 명이 참석했다.

▲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박수로 결의하고 있는 전국 선원 대표자들.

명진 스님의 인사말 이후 회의에 참석한 수좌 스님들의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수도암선원 회주 원인 스님은 “이 시대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불교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직선제를 통해서 수좌회와 대중 스님들의 존경을 받는, 덕을 갖춘 스님을 원장으로 선출해 종단을 개선하고 한국불교를 중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정 스님은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한 몇몇 스님들이 종단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직선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직선제는 사부대중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살아가는 대안”이라며, “조계종 적폐를 청산하고 불교가 깨끗해져야 사회도 깨끗해진다는 사명감으로 직선제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다른 종단과 조계종이 다른 점은 선원이 있어 대중이 함께 모여 안거하며 수행하는 것”이라며, “수좌들이 중심이 되고 종단 일을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지 않는다면 스님들은 결국 문화재 관리인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양사에서 온 수좌 스님은 “총무원장과 만나 담판으로 지으면 좋겠지만 대화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전국승려대회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누가 총무원장이 되던지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봉암사에서 온 한 수좌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스님은 “승려대회를 하려면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며, “규모를 갖추고 전략을 짜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월암 스님은 “승려대회라는 것은 초법적인 기능을 가진다. 눈 푸른 납자로서 목숨을 던져 결의하고 행동에 옮긴다면 종단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총무원장 직선제와 적폐 청산, 청정승가 구현을 위해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월암 스님이 발언을 마치자 참석한 수좌 스님들은 박수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의결했다.

전국승려대회 개최 의결 직후 지환 스님은 수좌회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스님은 “4년 전 자승 스님이 원장에 재선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지만 전략이 없어 실패했다”며,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려면 전략과 기술,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직선제는 차선책이고 폐단도 있을 수 있으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좌회는 청정승가구현과종단개혁연석회의 등과 논의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승려대회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의는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좌회는 회의 직전 총무원 직원이나 감찰하러 온 이들의 퇴장만을 요구한 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선원 대표자들이 참석치 못하도록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설 스님은 “몇몇 본사 주지들이 수좌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회의 참석 인원이 저조할 것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회의 장소가 당초 동화사에서 대구불교회관, 서봉사로 계속 바뀐 것도 총무원 외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정 스님은 이과 관련해 “총무원이 압력을 행사해서 동화사에서 회의를 못하게 한 것”이라며, “총무원에서 수좌회에 최고의 갑질을 한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회의가 열린 서봉사에는 호법부 직원과 총무원 관계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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