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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도한 공양비 논란, 또 다시 금품선거인가?
2017년 07월 05일 (수) 09:22:59 법응 스님 .

“속습(俗習)은 고치기 어려운 것이고 적폐(積弊)는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참으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적폐청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는 이 기록은 정조실록에 나온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의미한다. 쌓이고 쌓인 폐단이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사회적 의지와 과감한 실행력이 아니고선 적폐를 없애거나 고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조 때 조선 유교사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서얼제도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서자가 등용될 수 있었던 것은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이에 대한 신진세력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금권선거, 파벌과 담합선거로 전락했으니 직선제로 개선하자는 것이 선거 관련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분들의 외침이다. 1994년도에 입법 시행된 현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약 23년 동안 7명의 총무원장스님과 4명의 권한대행을 배출했다.(28대 월주 스님, 권한대행 도법 스님, 29대 고산 스님, 권한대행 원택 스님, 30대 정대 스님, 권한대행 선용 스님, 31대 법장 스님, 권한대행 현고 스님, 32대 지관 스님, 33-34대 자승 스님)

2005년 11월 2일자 <경향신문> 인터넷판은 사설에서 당시 지관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과 관련하여 이렇게 썼다. “벌써부터 ‘직선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집행부도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한 대중적 여론이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각 교구본사의 선거인단 240명. 도합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총무원장 선거가 개혁종단 출범 불과 20여 년 만에 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비단 현행 간선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현대적 종단운영체계를 갖춘 1962년 이후 종헌종법에 대한 경시 풍조 및 아전인수식의 해석, 무책임, 적당주의와 같은 악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승가에 만연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제도도 그 취지에 맞게 이행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오는 10월 12일이면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주요 후보자로 언급되는 분들의 이렇다 할 행보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는 가운데 벌써부터 금권선거를 우려하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특히 결제철의 과다한 ‘공양비’ 제공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만약 실제로 예년보다 훨씬 상회하는 액수를 제공했거나 대상이 확대되었다면 오해의 소지는 충분하다. 이야말로 ‘보시’라는 나눔과 섬김의 아름다운 가르침을 절집의 오랜 관행이란 명분을 빌어 지능적으로 이용한 선거 적폐라 할만하다.

참담하고 부끄럽게도 한국불교계의 금권선거 폐단은 뿌리 깊다. 한 예로, 몇 해 전에 모 본사 주지 선거에서 어느 후보는 이른바 당선 축원비라는 명목으로 말사에 ‘보시’를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이 선거에서는 또 최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의혹이 세간 언론에까지 크게 보도되는 바람에 결국 선거가 중지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벌써 7월이니 새 총무원장 후보자들의 움직임은 곧 가시화 될 것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소리가 드높은 이때, 여건상 이번에도 비록 직선제로 치러지지는 못한다할지라도 적어도 금권선거의 오명만큼은 벗어나야 한다. 공양비 등의 명목으로 1만 5천여 명의 승가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의 청정한 표가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 순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종교성, 생명성, 역사성, 사회적 위의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세간 사회에서조차도 금권선거는 엄히 벌하는 시대다. 회자되는 불미스러운 말들이 모두 헛된 소문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지금 이 시각에도 본분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쓰는 많은 수행자들이 있다. 현재 조계종단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의 신심과 정진력이다. 누적된 폐단이 있다면 개선책을 강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희망이 있는 조직이며 사회일 것이요, 보다 더 슬기롭기로는 애초부터 그러한 폐단(弊端)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일 터이다. 대다수 불자들의 신심과 정진력에 부응하는, 한 뼘 성숙한 새로운 조계종으로 거듭나는 35대 총무원장 선거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법응(法應) |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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