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放逸)은 산스크리트어로 쁘라마다(Pramāda)다. 선법(善法)을 닦지 않으려는 마음작용을 말한다. 부처님은 법을 성취하기 위해선 부지런히 갈고 닦을 것을 강조하셨다.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말씀도 “모든 것은 무상하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였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담금질하며 억척스레 노력한 대표적 인물이 서암언(瑞巖彦 850~910) 선사다. 덕산 스님의 법손(法孫)인데 전하는 바로는 천성이 매우 둔하여 스승인 암두 전할 선사도 깨달음에 이르긴 어렵다고 보고 잘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암언 선사는 자신을 철저히 담금질했던 모양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소’를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다. ‘십우도(十牛圖)’가 그것을 상징한다. 소는 천천히 걸어도 천리 만리를 갈 수 있으나 호랑이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천리 만리를 가지 못한다. 서암언 선사는 서두르는 일 없이 묵묵히 소처럼 자신을 갈고 닦아 마침내 중국 선종사의 한 가계(家系)를 이루게 된다. 대선사로서의 법계를 이뤄 선풍을 크게 휘날린 것이다.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을 늘 성찰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또한 세상의 유혹에도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목적이 있으면 요행이나 술수에 의지해선 안 된다. 정직한 노력만이 목적 달성의 지름길이다. 마음을 투명하고 맑게 가져야 할 이유다.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가지려면 항상 탐진치 삼독심에 빠지기 쉬운 자신의 방일을 경계해야 한다.

초기경전인 《쌍윳따니까야》에서 한 제자가 “세존이시여,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이 되는 하나의 원리가 있습니까?”고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있느니라.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이 되는 하나의 원리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니라.” - 《쌍윳따니까야》 1(전재성 옮김,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06), 297쪽.

게으르지 않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현세의 이익은 물론 내세의 이익은 모두 오늘 나의 땀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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