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시작된 촛불집회가 해를 넘기고 또 매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집회를 연지 17회만에 탄핵이 결정됐다. 촛불민심의 승리라고 부른다.

헌법에 명시된대로 탄핵 2개월 뒤에는 새정권이 탄생한다. 여야 후보들이 공약과 정책으로 표대결을 할 것이다.

▲ 소암 스님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실패로 이번에는 야권 중에서 새 지도자가 나올 확률이 높은데 새정권의 숙제와 과업은 첩첩산중이다. 누가 당선되든 고민이 깊고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이다.
지나간 정부의 적폐를 일소하는 일부터 개혁과 혁신으로 해묵은 부조리를 청산하는 뜨거운 변화를 피할 길이 없게 됐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과거 40여년의 독재 군사정권의 자본, 부정부패한 기득권이 뿌려놓은 오염을 씻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쓰레기가 쌓인 집안과 길거리를 청소해야 사람이 살 수 있듯이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로 텅 빈 창고를 앞으로 5년, 10년 동안 정직하고 지혜로운 정책으로 온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나라곳간을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의 중요 과제, 이를테면 정치 경제 국방 안보는 주로 미국일변도에 의지했으나 20여년 전부터 미국, 중국과 경제교류를 통해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미국에 의존하는 정책은 변하지 않지만, 국내 경제침체로 다변화정책이 막힌다면 우리경제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는 정권이 바뀌어도 어렵고 타결책이 있다면 전 정권이 막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다시 개방하고 더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은 철강 해운 전자제품수출로 유지됐으나 중미, 양강관계가 예전같지 않으며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새로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령 보수정권이 막은 북방정책을 리모델링해 신장개업하고 중동의 온건한 이슬람국가들과의 적극적인 교역에 힘쓰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경제의 돌파구는 반드시 열릴 것이라 본다.
정권과 지도자가 바뀐다고 세상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직선제, 민주정권 20년 동안 정치발전과 인권, 복지정책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우리정치와 경제 사회개혁 전반에 걸쳐 갈 길이 멀고 여전히 개혁할 일이 숱하다.

한국불교의 큰집안인 조계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교는 조계종이 대표적으로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의 보호막으로 급성장했다. 박정희 정권 이후 문화재사찰이 있는 산중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부를 쌓게 되었다. 물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천년고찰의 역사와 문화 대자연을 개방하고 지원받는 대신 국가에 강제헌납하거나 빼앗기는 손해도 감수했다. 조선조 500년간 유교정권의 강압적인 불교말살정책에 항거해 피눈물나는 승려들의 희생이 있었고 외적으로 부터 전국토에 산재한 산 바다 강을 지키며 성을 쌓고 방어한 고승들과 이름없는 천민신분의 승려가 부지기수였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불교사에 순교가 없었다고. 호국불교가 관제어용불교라고. 한마디로 한국불교사에 무지한 말이고 자기비하의 말에 불과하다.

국토요충지와 사람이 살 수 없는 험한 산과 강에 절을 지은 것은 단순히 종교목적이 아닌 군사국방의 목적도 있었다. 또 배불정책에서 수많은 사찰이 사라져 페허가 되었지만 조선조 다수왕조의 왕릉옆에 사찰이 왜 배치되어 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배자의 궁중건물과 사후 왕릉, 사직단은 민족과 역사를 보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치인 것이다.

살아있는 왕의 궁중을 지키는 것도 절대적이지만 사후 왕릉수호의 문화도 국가적의무였다 .
내부적으로 왕실문화를 지킨 사찰과 다른 하나는 외부적으로 나라와 백성을 외적으로 부터 지킨 민중불교의 힘이었다. 이 두 가지가 조선조불교를 지켜낸 힘이었고 그것을 가리켜 호국불교라 칭하는 것이다.

민주화시대에 맞춰 천년종교인 한국불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조계종단은 20년 종단개혁의 산물이나 변화가 시급하다.

30년전 6·10항쟁을 통해 직선제를 이룩했다. 겨우 승려 1만명이 투표하는 조계종의 직선제는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대중의 의사에 따라 교단을 운영하는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의 갈림길은 직선제 여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승려시인, 한국불교인문과학원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