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해에 이어 5개의 직영사찰 재정을 공개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2015년 4월 4등급(29억원이상) 사찰에 대한 재정공개 방침을 발표하고 직영사찰 재정을 공개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로 ‘사찰 재정투명화를 이루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종단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고 자평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조계종 총무원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노력에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개된 직영사찰의 재정공개를 보면 과연 그러한 형식적인 재정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선 사찰재정의 공개는 직영사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조계종 종헌 제124조에 ‘재정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나와 있듯이 사찰의 재정공개는 조계종의 기본원칙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1994년 제정된 사찰운영위원회법 제6조에 ‘주지는 운영위원회에 사찰의 분기별 재정현황과 주요사업결과를 공개하여야 하며, 사보 ․ 법회 ․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규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2015년 4월 4등급 이상의 사찰등 극히 일부사찰에 대한 재정공개 방침을 발표한 자승 총무원장은 엄밀히 말해 재정공개 원칙을 천명한 종헌과 종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찰운영위원회법 제8조에는 ‘이 법을 시행하지 않거나 중대하게 위반한 자는 종무원법상의 징계에 처하고, 해당 사찰에 대해서는 행정상의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015년 4월 일부 사찰의 재정공개만을 발표한 자승 원장은 종헌종법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자승 원장은 이러한 징계를 피해가기 위해 2012년 6월 22일 사찰운영위원회법의 재정공개와 관련 ‘3년간 유예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또 동 시행령에는 ‘공찰의 적용유예는 1회에 한한다’고 고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년에 해당하는 2015년 6월이 훨씬 지난 올해, 조계종 총무원은 아직도 이러한 종헌종법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과연 언제부터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종도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재정공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조계종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직영사찰 재정공개 내역을 보면 관분류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수입이나 지출의 전체규모만 알 수 있을 뿐이지 세부내역이 없다. 또한 수입이나 지출도 그것을 증빙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재정을 공개할 때 요구되는 감사보고서등 공개검증자료가 없다. 조계종단의 공익법인인 아름다운 동행이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합계잔액시산표를 공개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종교단체는 법인으로 등록이 되어있는 것과 상관없이 공익의 목적으로 활동을 한다면 공익법인에 해당된다는 판례가 있다. 조계종 총무원이나 사찰이 개인의 영리를 위해 사업을 하는 사업장이 아니라면 당연히 공익법인격에 해당이 되고, 따라서 기부금영수증 발급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의거하여 사업실적과 결산을 보고하고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법교화를 통해 중생을 구제하는 공익을 실천하는 종교단체가 사업실적과 결산등 재정을 공개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공신력있는 기관의 감사도 거치지 않는다면 재정투명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2015년 12월 24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승가원을 제외한 종교단체 법인의 투명성이 최하위라고 한다. 재정공개를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세부내역을 제대로 공개하는 등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종교단체의 신뢰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조계종 총무원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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