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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의 不婬戒
2017년 03월 08일 (수) 08:13:29 성원 스님 budjn2009@gmail.com
불살생 또는 비폭력은 재가의 제1계목이다. 그러나 ‘독신’ 승원 전통을 표방하는 승가의 제1 실천규범은 “어떠한 음행 (淫行) 도 하지 말라.”이다. 승가의 구성원이 그 규범을 위반하게 되면 사회의 사형에 해당되
   
는 바라이죄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돼 승단에서 영원히 추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불교 승단은 일제 식민지 시대 반율장적인 대처승 제도를 합법화하였다. 해방 이후, 소수파 비구승 그룹은 민간 독재자 이승만의 비호로 1954년부터 복고적이고 보수적인 계율 부흥운동 또는 정화운동을 전개하여 대처승 그룹을 배제한 비구승 종파주의 종단인 조계종을 1962년 새롭게 출범시켰고, 비구종단인 조계종에서 배제된 다수파 대처승 그룹은 대처제도를 합법화한 태고종을 1970년 창종했다.

비구승의 제1 실천규범은 철저한 독신 생활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 비구승이 독신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되면 본인의 비구승 생활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재가자로 돌아갈 수 있는 사계 (捨戒) 또는 환계 (還戒)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결혼을 하지 않고 환속한 재가자가 다시 출가하려고 할 경우, 승단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그 환속한 재가자에게 출가를 허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구승이 비구승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음행을 할 경우, 승단은 그 비구승을 영원히 추방하여 그 추방된 재가자가 다시 비구승이 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율장에선 비구승의 음행의 범위를 이성에만 한정해 놓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면 원숭이, 말, 그리고 개로 대표되는 동물과의 음행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독신 승단의 유지에 있어서 이성과의 음행뿐만 아니라 동물과의 음행도 철저히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음행의 계율과 관련해 현대 한국불교 역사를 비추어볼 때, 한국불교의 양대 종단을 구성하고 있는 조계종과 태고종이 재가와 일반 사회의 구성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한국불교의 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비구종단인 조계종은 종단 지위 또는 출가연령과 상관없이 승단 구성원들이 섹스 스캔들과 은처 문제로 사회와 교계 언론에 불미스럽게 자주 등장하고 있다. 또한 대처종단인 태고종은 율장에 근거해야 할 승단 정체성의 위기를 심각하게 초래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참에 제언하건대 조계종은 율장정신을 보다 강화하여 섹스 스캔들과 은처승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구 독신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반면 태고종은 율장과 경장(經藏)의 가르침을 새롭게 해석하여 재가 종단의 정체성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교리적으로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성격이 다른 두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극단적인 정화운동 근본주의자들과 다르게, 나는 대처승의 합법화를 표방하는 태고종의 창종은 한국불교사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기존의 출가종단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율장을 폐기하고 재가종단을 새롭게 과감히 표방하였던 일본의 정토진종과 창가학회는 나름대로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율장을 폐기하지 않고 대처승을 정당화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태고종은 일본의 정토진종과 창가학회와 다르게 이론적 그리고 실천적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천주교의 독신전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처종단을 새롭게 그리고 과감히 표방하였던 개신교도 또한 그 나름대로 역사적 그리고 종교적 의미를 충분히 갖고 있다. 개신교와 일본의 재가 종단들처럼, 태고종은 율장을 종단 성격에 맞게 새로이 해석함으로써 출가가 아니라 재가 종단으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다.

조계종은 비구 독신 종단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하여 승단의 도덕성을 지키고, 태고종은 재가 종단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하여 교단의 도덕성을 지킬 때 비로소 한국불교는 재가와 사회의 구성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정체성을 확보해야만 조계종과 태고종은 상생의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상생의 구조란 다름 아니다. 두 종단은 각 종단이 가지는 정체성 위기로부터 벗어나 한국불교의 발전을 건설적으로 지향하는데 상호 이미지-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재가자들은 두 종단의 지도자들이 도덕성을 지키고 또는 회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그들을 감시하고 비판적으로 견인해야 한다. “비도덕적인 종단의 지도자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도덕적인 종단의 지도자들을 매우 존경하는 것은 재가자들의 당연한 의무이다.”는 평범한 말로 한국불교 승단의 도덕성 회복에 있어서 재가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가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뿐더러 한국불교에서 비중이 커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워싱턴 연화정사 주지 · 코스탈 캘로라이나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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