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은 물건이 아니다. 물건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불필요한 물건을 자꾸 사
들이는 마음이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있다. 그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허세,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더 많은 걸 갖고 싶은 집착이 자리한다.

저자 마스노 슌모는 이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인생을 편안하고 가볍게 해준다고 말한다. 마스노 슌모는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에 꼽힌 선(禪)을 수행하는 스님이다. 정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마스노 슌모가 제안하는 ‘비우는 연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혹되는 마음을 비우려면 우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스노 슌모는 “남과 비교해봐야 결국 자기 자신만 괴롭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둘째, 나만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안목을 기르는 연습이 필수다. 안목을 높이면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자신과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잘 고를 수 있다. 마스노 슌모는 이를 위해 여행을 가면 단 하루라도 꼭 “최고급 호텔에서 묵어 보라”고 권한다. 또 가끔 동네 커피숍이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고급 호텔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 보라”고 제안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것을 많이 봐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 보는 눈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비우기’와 더불어 이 책에서 저자는 ‘절제된 생활’을 강조한다. 절제된 생활이란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을 의미한다. 즉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을 담담히 해내는 생활태도다. 집을 정리해도 금세 엉망이 되는 이유는 불필요한 소비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바로 이 ‘절제’, 달리 말하면 ‘지금’에 충실하지 못한 탓이 크다.

저자는 오랜 세월 좌선을 비롯한 선수행을 통해 이러한 방법을 터득했다. 이 책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58가지 정리법을 《비우는 연습》이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마스노 슌모 지음/김지연 옮김/담앤북스/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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