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종단 내 발생한 성 문제 침묵하다가
연대해 대외적으로 문제제기 배후 의심돼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단체들은 이사장과 이사직 등 일체의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재차 촉구했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 ·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 · 불교여성개발원 조정숙 사무국장은 22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사장 법진 스님의 퇴진을 촉구하고 선학원에 대해선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폭력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학원 이사회는 이사장 사직서를 처리하고, 진상조사위원회는 범계적 진상조사 결과를 하루빨리 발표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향후 ‘(가칭)반성폭력 불교연대’를 구성해 교단 내 성폭력 예방은 물론 성범죄 발생시 적극 대처할 것도 밝혔다. 이들은 ‘반성폭력 불교연대’ 구성을 위해 자신들은 준비위로 활동을 개시했다면서 “선학원 이사장 성추행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노력한다”고 했다.

연대체는 교단 내 성폭력 근절에 찬성하는 모든 교계단체, 언론, 법조인 등에게 연대활동을 제안해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성폭력 불교연대’가 출범하면 성폭력 고발신고 전화를 개설해 피해자 구제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했다.

▲ '선학원 이사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여성단체. 왼쪽부터 조정숙 불교여성개발원 사무국장,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그러나 그간 조계종단 내에서 숱하게 발생했던 성희롱 · 추행 · 폭력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가 이번 선학원 이사장의 성추행 고소 건이 발생하자 연대해서 대외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다만 “선학원이 독신 청정비구전통을 지켜내며 한국불교의 선풍 전통을 수호해온 한국불교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그들의 이 같은 해명은 조계종엔 관대한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어서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이들의 움직임에 종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충분히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성추행 고소사건의 배후에 조계종 고위 승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침묵했다.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고소인이 조계종 고위직 승려의 소개로 상담소를 찾았다는 것과 따라서 배후에 불순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선학원 입장과 관련한 기자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학원의 주요 임원들이 조계종단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멸빈됐을 때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이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피해자라고 해서 고소인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도 지적됐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선 피고소인의 의견과 입장을 수렴해야 하는 절차가 생략된 부분에 대해선 유감의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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