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나는 누구일까?’ 라는 원초적이고도 심오한 질문을 삶의 숙제처럼 안고 살아간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누군가는 명상을, 누군가는 심리학을, 철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불교와 예술, 명상 등 다방면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는 명법 스님은 이 숙제의 실마리로 ‘은유’를 제시했다. 최근 《은유와 마음》을 펴낸 스님은 독자에게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은유이야기 수업’을 한다.

이 책에는 명법 스님이 2011년부터 시도한 ‘은유와 이야기 치료’ 사례담이 담겼다. 은유의 힘은 자기의 속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를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직면하는 것에 있다. 내담자는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등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은유를 빌려 솔직하게 터놓게 된다. 은유 속에 있는 진실을 발견하고, 탐색과 발견의 과정을 통해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은유는 가령 이런 것이다.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가족을 부양해온 주부는 스스로를 ‘잔고가 0원인 저금통장’에 은유한다. 2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워커홀릭은 ‘멈춰버린 시계’에, 어린 시절을 부모님과 떨어져 제주에서 보내야 했던 사람은 ‘거북이’에 자신을 빗댔다. 명법 스님은 이들이 스스로 제시한 은유에서 이들의 이야기와 고충을 발견하도록 돕고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스님은 책에서 “은유는 무의식에 방치되어 있는 기억들을 불러와서 그 인식이 은폐하고 있는 부분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을 얻게 해준다”고 말한다. 이는 “오랫동안 고통받던 문제의 원인에 대한 통찰은 곧 혁신적인 해결책을 낳는 지혜”이기도 하다.

마지막장을 덮을 즈음이면 ‘나는 어떤 사물에 은유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응어리를 찾아보려는 마음이 슬며시 피어오를 것이다.

불광출판사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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