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황당한 경우를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아 온 것으로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호화로운 이중생활을 살아왔다 던지, 바르게 살라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이 알고 보니 중독성 약물중독자였다 던지, 탐욕을 멀리하라고 가르쳐 준 사람이 알고 보니 거액의 탈세를 하여 욕망에 탐닉해 온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일이 사회에나 승가에나 어디든 있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키는 소신을 가지고 사심이 없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황당함을 넘어서 어처구니가 없는 진실이 드러나자 국민은 분노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300여명의 어린 학생과 국민들이 배 안에 갇혀 죽어가고 있는데 2시간 동안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는 것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품성이 있는 인간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국정농단과 비인간적인 처신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거국내각을 이야기하다가 중립내각도 거론하고, 명예퇴진을 거론하다가 탄핵과 하야를 거론하는 등 당리당략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촛불을 든 국민들은 일관되게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고 인간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즉각적인 퇴진을 외쳤다.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들불이 되자 그제서야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된 것은 국회에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정치인들이 한 일이 아니다. 아무런 사심이 없이 광화문 광장에 나와 “나라가 이래서는 안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 온 국민들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힘으로 탄핵이 가결된 이후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의 힘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모리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져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야당은 이제 정권을 잡을 기회가 눈 앞에 왔다고 생각하고 대통령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며 벌써부터 선거캠프를 차리는 등 대권장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하였지만 제왕적인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아들, 대통령의 형님,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부정부패를 저질러 온 것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역사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정농단의 역사에 동조하고 거기에 빌붙어서 사리사욕을 챙겨온 정치권이 이제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빌미로 자신들의 사적인 욕망만을 채우려고 국민의 힘을 이용하는 행태를 보니 과연 이 나라가 그런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바로 세워질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이러한 사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부정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단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대통령직과 정권장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반성을 하고 어떻게 해야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인지를 깊이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주 모임을 갖고 바른 일에 대해 논의를 하는 나라, 즉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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