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사 성보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사진=하도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군의 국가문화재 대부분은 오대산 월정사에 소재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기간 평창군 특히 대관령면, 진부면 등을 찾을 국내외 손님들을 생각하면 월정사성보박물관이 국고보조를 받아 새로 완성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개관준비에 맞춰 현재 유물포장과 이송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위치가 오대산 월정사역이긴 하지만 현재의 일주문 밖에 새 박물관이 조성된 것은 아쉽다. 월정사 땅이긴 하지만 어쩌면 '절밖'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월정사측은 향후 예산이 만들어지면 산문 입구를 새로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강원도무형문화재위원회는 지난 4일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의 탑돌이를 강원도무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했다. ‘월정사탑돌이보존회’의 예능인 ‘월정사 탑돌이’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던 것을 1969년 주지로 부임한 만화(萬化)스님이 전통적 탑돌이를 복원해 체계화 시켜 나갔다. 1980~90년대 침체기를 거치다가 2004년 오대산불교문화축전에서 시연한 이후 매년 봉행됐다. 2013년 이후에는 매월 보름과 초파일 등에 지속적으로 봉행했다. 며칠 전 슈퍼문이 떴을 때도 몇몇 직원과 신도 등의 탑돌이를 볼 수 있었다.

보물 제139호의 문화재 정식명칭은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좌상의 국보 승격을 예고했다.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국보 제48호)'의 남쪽 전방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탑을 향해 공양을 올리는 자세라는 점에서, 원래부터 탑과 공양보살상은 하나의 구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탑전(塔前) 공양보살상은 이전에는 찾기 힘든 고려 전기적 특징인 동시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도상과 구성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현재 보살상과 함께 조성된 팔각 구층석탑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석조보살상은 보물로 별도 지정되어 별개라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이미 국보로 지정된 석탑과 묶어 국보로 지정하는 것이 조성 당시의 조형적·신앙적 의미를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국보 승격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능화(李能和)의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에 실려 있는 '월정사사적' 등에는 탑 앞에 약왕보살석상(藥王菩薩石像)이 있는데, 손에 향로를 들고 탑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다며 이 좌상이 절의 남쪽 금강연(金剛淵)에서 나왔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 이능화의 기록과 현재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고는 하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 점으로 보아 이 석상은 석탑과 세트로 묶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아울러 이 좌상은 현재 산성비 등의 보존처리(?) 등의 이유로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을 떠나 성보박물관 안에 있다. 문화재청 측은 "실내보존을 지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 안 가 산문을 벗어나 새 박물관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한다. 산문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진대 왜 성보들이 산문 밖을 먼저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은 월정사로 돌아와야 한다. 그와 같은 논리와 한데 묶을 수 있다는 이유도 들어서 국보로 승격시킨다면 더더욱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성보는 아무리 국가문화재로 보존가치가 중요하더라도 하더라도 그냥 보물이 아니다. 신성한 보물로 부처님은 아니더라도 우리 불교 신앙의 소중한 예경의 대상이다. 강점기 이후의 면면히 이어온 탑돌이 가운데 석조좌상은 우리에게 미소로서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런 보살좌상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성보로서 반드시 탑과 함께 제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성보박물관에 모셔진 보살은 거의 십여년간 월정 즉 달의 정기를 못받아서 지금 아프다. 문화재청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사진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무엇을 위한 보존인지 무엇이 더 소중한지 깊이 성찰해봐야 할 부분이다. 국보로 승격되는 시점에 우리 보살 석조좌상이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하도겸 | 문학박사, 칼럼니스트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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