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9일 사적인 인연을 앞세워 나라를 파탄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자승원장은 ‘樹木等到花(수목등도화) 謝才能結果(사재능결과) 江水流到舍(강수류도사) 江才能入海(강재능입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구절의 출처가 《화엄경》이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말은 화엄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른 경전이나 율장, 논서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일이다. 과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최고지도자가 경전을 읽어 보기는 하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자승 원장은 정치인들을 만날 때 마다 ‘정무방소 명대승심(政無方所 名大乘心)’이라는 구절을 이야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충분히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명대승심 속에 답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이 말이 어디에 나오는 구절인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사실 경전에는 ‘정무방소 명대승심’이라는 말은 없다. 대혜 선사의 《서장(書狀)》에 나오는 말인데, 원본은 ‘도무방소 명대승심(道無方所 名大乘心)’이라는 말이다. 결국 자승 원장은 화엄경에 나오지 않는 말을 화엄경 구절이라고 하는가 하면, 조사(祖師)의 어록을 함부로 바꿔서 이야기해온 것이다.

중국의 규봉대사가 《원각경 소초》를 내면서 글자 하나가 오자(誤字)인 것 같다고 주(註)를 달자 이를 본 늑담진정 화상은 ‘파범부조취한(破凡夫臊臭漢)’이라고 했다. 자기 생각을 망녕되게 내어서 경전의 글자 한자 잘못 고쳐놓으면, “범부중에서도 깨진 범부요, 누린 냄새가 나는 놈”이라고 호된 비판을 한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이 “어려서 출가해 정화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은 했지만 그래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승려인데 이러한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고 경전에 없는 구절을 인용하거나 경전구절을 바꾸어서 정치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교를 망신시키는 해종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자승 원장은 이러한 잘못된 행위를 지적을 하고 비판을 하면 스스로 잘못을 참회하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러한 자자(自恣)를 한 적이 없다. 수행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을 잘못을 대중 앞에 고백을 하고 참회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잘못을 지적하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종단을 비방한다고 하면서 해종행위자로 몰아 붙여 온 것이 자승원장의 지난 7년간 행태다.

2012년 6월 룸살롱 출입의혹이 나오자 “10여년 전 부적절한 일에 대해서는 향후 종단의 종헌종법 절차에 따라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규명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도 규명한 적이 없고 그에 대해 참회를 한 적도 없다. “절 뺏으러 다녀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했지만 폭력배를 동원하여 절 뺏으러 다닌 일에 대해 마치 남의 일처럼 이야기를 할 뿐, 참회를 한 적은 없다. 도박 의혹이 나오고 상당수의 스님들이 그에 대해 증언을 하였지만 이 역시도 참회를 한 적이 없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약속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써주는 불법 선거행위를 하였지만 이에 대해서도 참회를 한 적이 없다. 선학원도 마치 절 뺏듯이 기상천외한 규정을 만들어 밀어붙이다가 실패에 이르렀지만 이에 대해서도 참회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승 총무원장의 지난 7년은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못지 않게 불교계를 농단하고 파탄으로 몰고 간 세월이다. 그러나 자승원장은 불교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잘못을 지적하면 해종, 훼불세력이라고 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였다. 자승 원장이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 그동안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워서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된 경전인용을 하는 진정한 불제자가 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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